보통 스시집을 갈려고 검색하다보면 동네 캐주얼한 초밥집은 1~2만원대 메뉴가 많고 거기서 제일 비싼메뉴가 3만원 정도, 그 다음 레벨의 나름 오마카세메뉴를 한다고 하는 곳들은 런치가 보통 5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즉 3~5만원 가격대의 메뉴를 갖춘 곳은 잘 있지도 않고 있다쳐도 퀄리티는 캐주얼한 초밥집에 가깝고 가격은 오마카세에 가까워 가격으로도, 맛으로도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4만원을 전 후로 한 가격대의 초밥집들에 대한 약간의 편견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스시 코미치를 다녀와 보니 그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스시야였다. 런치 4만원(디너는 7만원)의 오마카세 스시야 치고는 초 저렴한 가격임에도 질과 양 모두 만족스러웠기 때문.
스시야보다는 카페나 디저트, 베이커리샵이 어울릴만한 위치와 외관이다. 홍대입구 메인스트리트에서 멀진 않지만 뒷골목에 간판도 작아서 스쳐지나가기 쉬운 위치
자리 셋팅
이타마에 두분이 열개정도의 좌석을 커버하는데 반반은 아니고 이타쵸로 추정되는 분이 더 많은 좌석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안주방과 서빙담당 2분 합쳐서 4명정도가 근무하는 것 같음. 인테리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잘 꾸며져 있었다.
스타트는 자완무시
안에 부재료가 들어가지는 않은 심플한 타입
미리 손질된 재료들
츠마미는 메지마구로, 방어, 도미의 구성
메지마구로는 나는 운좋게 뱃살쪽을 받았는데 다른 자리를 둘러보니 등살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민감한 손님이라면 컴플레인을 걸 수도 있을 부분인 것 같은데 어쨌든 난 뱃살받았으니 조용히 쳐묵. 새끼참치다보니 부드럽긴해도 풍미가 좀 약한 단점을 겉을 살짝 익혀서 보완한 덕에 적당한 지방과 어우러져 맛이 괜찮았고 방어도 등살이긴 해도 기름이 꽤 오른편이라 고소하니 맛있었다.(방어는 다들 등살로 받은거보니 기름진 부위는 디너에 쓰는듯) 고부지메한 도미는 감칠맛도 감칠맛이지만 숙성정도가 딱 좋아서 적당히 찰지면서도 탱글함도 어느정도는 살아있는게 간만에 아주 맛있게 먹은 흰살생선 사시미였다.
유자제스트를 올린 한치
런치다 보니 츠마미는 금방 끝나고 바로 스시로 들어간다. 쫀득한 질감의 한치와 상틈한 유자제스트의 맛과 향이 좋았던 한점.
샤리는 스가 강하지 않아 존재감을 내비치기보다는 네타를 묵묵히 받쳐주는 느낌이다. 니기리의 모양새나 풀어짐도 좋은편.
불질한 흰다리 새우
보통 흰다리 새우를 써도 대하나 왕새우 등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직설적으로 흰다리 새우라고 재료명을 이야기해 줬다. 흰다리 새우가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지 맛 자체는 그리 떨어지는 재료가 아닌 만큼 맛도 나쁘지 않았고 불질해서 위쪽과 아래쪽의 식감차도 즐길수 있었음.
학공치
일본에서도 딱히 인상 깊게 먹어본적이 거의 없었던 재료였고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담백하지만 재료자체의 매력은 느끼기 힘들었던....
심플한 장국이지만 생선뼈로 우린 듯한 육수가 맛이 괜찮았다. 의외로 장국이 형편없는 스시집도 많다는 거.
아카미
아무래도 저렴한 스시야와 고가의 스시야 모두 쓰는 공통의 재료 중에서는 퀄리티 차이가 제일 심한게 참치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산미도 괜찮고 숙성상태도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만족 그 이상이다.
방어
방어는 특이하게 스시 안쪽에 와사비가 아닌 간마늘을 넣어서 나왔다. 스시집에서 야쿠미로 마늘을 사용한건 처음봤다. 근데 방어가 물이 좋아서인지 의외로 강한 마늘향에도 지지않고 잘 어울리는게 상당히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한국식 횟집에서는 깻잎에 편마늘도 얹어서 싸먹고 쌈장에 마늘하고 채썬고추도 섞어서 찍어먹는데 내가 가진 스시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다.
다만 이 스시 한점은 밸런스도 좋고 맛도 좋았지만 다음의 한점을 위해 입안에 남은 마늘향을 지우느라 장국도 마시고 차도 마시는 수고는 좀 있었음.
우니
잘 구운 김의 향과 식감도 좋고 우니도 쓴맛없이 감칠맛이 좋았다.
삼치
위에 야쿠미로 올라간건 절인 양파라는데 이쪽도 맛은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론 김수사에서 나왔던 바질페스토 쪽이 더 맛있는 듯.
청어 정소 + 알
청어알은 많이 먹어봤지만 정소는 처음이다. 맛은 안키모 간것마냥 녹진하면서도 고소하고 톡톡 터지는 알의 식감도 좋긴했는데 기성품의 특유의 과장된 단맛과 감칠맛 때문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음.
아지후라이
얼마만에 먹어보는 아지후라이인지.....그러고보니 이 것도 기성품 일 것 같은데 나도 사서 집에서 튀겨먹어볼까???
도미
사시미때도 느꼈지만 숙성이 딱 내 스타일
청어
비리지 않으면서도 히카리모노의 맛은 잘 살렸다.
아까 나왔던 청어 정소 + 알을 김에 싸서 나왔다
아나고
개인적으로 아나고는 타레를 바른 것보다는 소금간만 한걸 좋아하는데 바삭하게 구운 아나고 위에 최소한의 타레만 살짝 올려나와 맛있게 먹음
식사는 이나니와 우동
후또마끼
교꾸
디저트
4만원이라는 가격대를 생각하면 놀라운 퀄리티와 구성의 오마카세였다. 양도 적지 않고 퀄리티도 기대한 것 이상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음. 다만 딱 하나 거슬렸던 것은 개수대에서 뭔가를 헹굴때나 손을 씻고 물기를 털 때 카운터좌석 까지 물이 튀는 건 주의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나는 얼굴에 까지 물기가 튀어 상당히 기분이 얹짢았음. 이타마에 2분 모두 돌아가며 손님쪽으로 물을 튀기던데 반드시 시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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