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일본에 왔다. 가고 싶은 곳들은 너무 많지만 체류기간은 정해져있으니 이번 컨셉은 그간 자주갔던 가게들 위주로 얼굴도장 찍어서 단골티어 유지하는걸로 잡았다. 그러다보니 지역은 그간 제일 많이 갔었던 간사이 지방으로 결정했고 가능한 장르별로 다양하게 예약하고 다녀왔다.
그러다보니 스시는 고민할것도 없이 마사루로 결정했으나 외국인 초객은 안받는 정책때문에 4년이란 공백도 있고해서 예약이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 내 이름은 기억해주셔서 예약성공.
얼마만에 보는 저 조그만 명패인지
가게안은 예나지금이나 똑같고 타이쇼와 제자분도 그대로. 다만 뒷주방과 서빙 담당 여자 두분은 바뀐듯 하다. 타이쇼는 안경을 쓰셔서 그런지 전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시긴했지만 인상이 훨씬 부드러워지셔서 보기 좋았고 제자분도 소년같은 앳된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더라.
예전 방문기에도 쓰긴했지만 기본적으로 마사루는 오마카세 전문이 아닌 본인 꼴리는대로 메뉴에 있는 재료를 주문해 먹는 옛날스타일의 스시집이다. 물론 요청하면오마카세도 가능하고 요리코스와 스시코스가 있는데 이날은 왜인지 나만 빼고 다른손님들은 요리코스를 주문하더라.
첫점은 사요리다. 얼마만에 먹는 일본 스시야에서의 스시인지 긴장되기까지 했으나 입에 넣고 씹자마자
'아!!!! 이거지'
가 절로 튀어나온다. 약간은 서걱서적한 식감의 사요리에 밸런스 좋은 샤리가 착 풀어져 그간의 스시에 대한 갈증이 확 풀리는 맛이다.
가와하기는 위에 간을 올려서 녹진함 더해주고
마구로즈께는 산미좋고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히라메야 뭐 국내에서도 많이 먹어본거고
언제나 닉값하는 아지다.
껍질쪽을 살짝 구워 은은한 단맛이 좋은 갈치
킨키는 정말 오랜만이다. 얘도 간이 올려져 나왔는데 원래도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지방의 단맛과 간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졌던 한점
한치야 광어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흔한 네타고
오래되서 까먹은걸수도 있지만 전복을 김으로 엮지도 않고 그대로 니기리로 나온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맥주 다먹고 사케추천 부탁드리니 나온 생소한 라벨의 사케다. 한자 어지럽게 휘갈겨쓴 전형적인 사케라벨이 아니고 언뜻봐선 화이트 와인같은 사케인데 그래서인지 와인글라스에 따라주신다.
일단 향부터 맡아보니 병만 그런게 아니고 향도 전형적인 쇼비뇽블랑의 시트러스한 느낌이 지배적인게 사케가 맞나 싶을정도 였는데 맛을보니 드라이한 사케 특유의 쨍한 맛과 곡주의 구수함이 느껴지는게 사케가 맞긴하네.
참고로 여기 휴일은 우측상단에 보이듯 수요일이다.
고하다를 특이하게 오로시를 양면을 붙여서 뜬다음 가로로 얹어나왔다.
일반적인 구루마에비 스시와는 반대방향으로 샤리를 감싸듯 쥐어나온다.
커다란 보라성게는 가끔 군함말이가 아닌 니기리로 나오는걸 봤는데 말똥성게는 처음보는것 같기도 하고...
봄이라고 제철재료인 새조개도 나와주시고
연어알도 뭐 크게 반가운 네타는 아니고
내장올라간 남발게 그것도 단맛좋은 털게라면 맛없없이고
이번 방문때 제일 쇼킹했던 한점이다. 마사루가 워낙 특이한 스타일로 내는 스시가 많긴해도 이전까지는 구면인듯 아닌듯 했는데 군함도 아니고 슬라이스해서 니기리로 쥐어나온건 태어나서 처음본다. 맛도 예상보다 양념이 달지않아서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접하기 쉬운 조개류 중 맛으로는 탑급인 대합
사알못이라 두번째도 가게 추천이다. 라벨은 봐도 당연히 뭐가뭔지 모르겠고 얘는 앞에먹은 녀석과는 달리 병부터 딱 전형적인 사케이고 향도 딱 사케향인데 앞의 사케가 드라이한 맛이 혀를 자극하는 사케였다면 이녀석은 부드러운 곡물향과 맛이 입안을 감싸줘서 훨씬 마일드한 느낌이다.
내가 마사무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아나고대신 우나기가 코스 마무리로 나온다는 점이다. 아나고에 뭔 짓을 해도 우나기보다 맛있을 순 없지.
끝인가 했더니 뜬금없이 마지막 카운터로 묵직한거 날려주신다.
계란도 교꾸대신 계란말이 초밥으로 나오는것도 딱 내 취향.
말이로 코스는 시마이다.
국내 스시야들은 대부분 부제에 동시시작이다보니 내 먹는 속도와 무관하게 그 타임에 제일 느린사람 기준으로 서빙이 진행되는데 마사루는 부제나 동시시작이 아니다보니 개개인의 먹는 스피드에 맞춰 서빙된다. 방문당시 만석에 나는 친구없어 혼밥하는 존못찐따라 나오는족족 집어먹었음에도(여기까지 스무점이 넘게 나왔는데 한시간도 안걸림) 전혀 불편함 없이 식사할 수 있었다.
나는 타이쇼가 전담해주셨는데 마사루가 원래 샤리가 작아서 다른데보다 많이 나오긴 해도 예전대비 훨씬 많이 나오는 느낌이라 기분탓인가도 생각해봤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어디까지나 내 뇌피셜이지만 오랜만에 와서 몇점 더 신경써주신 느낌이다.
이미 배는 적당히 찼지만 4년만에 온 본토스시야에서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기에...
일단 아카다시 하나 주문해서 홀짝이며 무얼먹을지 고민끝에,,,안나온 재료중 두피스만 추가요청드렸다.
마사루에서 아나고는 초면인거 같은데 양념없이 담백하게 구워내서 오히려 좋았고.
요즘 국내에서 엄청나게 쓰는데가 많아진 노도구로가 나왔다. 흰살임에도 기름져서 원체 맛있는 생선이라 아쉬움 없이 딱 마무리로 좋았다.
오랜만에 왔지만 어제도 온 것마냥 어색한 없이 맞아주시는 타이쇼도 좋았고 간만에 먹어본 본토스시는 그간의 스시에 대한 갈증을 한방에 해소시켜주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오사카에서 스시집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여기로 와야겠다.
지금은 무기토멘스케를 오사카 라멘집중 최고로 치지만 그 전까지는 여기 진루이미나멘루이(한국식 이름은 인류모두면류)가 제일 좋아하는 라멘집이었다. 지금도 별일 없으면 오사카에 갈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고 객관성은 개나주고 순수하게 내 취향으로만 평가하면 무기토멘스케보다 여기가 더 좋다.
영업시간 전부터 기다린게 아니라면 이정도 대기열이 기본이다. 족히 50미터는 될듯. 이 정도면 대기시간이 최소 1시간 이상이다.
1시간여만에 드디어 가게 앞까지 도착
가게 앞에 거의 다 오면 점원이 나와서 메뉴판을 주고 미리 주문을 받아간다. 영어메뉴판 따위는 없고 점원이 차슈와 멘마의 두께를 어떻게 주문할건지 물어보니 미리 먹을메뉴와 차슈 & 멘마를 두껍게 혹은 얇게 할건지 정해놓고 가는 게 좋다.
자리셋팅
자리앞에도 메뉴판이 놓여져 있는데 라멘은 매크로, 미크로, 겐텐 3종이 있고 면추가 계란추가(기본제공X)가 가능하다. 사이드로는 야끼교자가 있음
가게 내부
매크로(챠슈, 멘마 두껍게) + 면추가 + 계란추가 + 야끼교자
미리 주문한 것 치고는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편
두툼한 통삽겹 차슈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낸다. 면은 전립분이 섞인 굵은면이라 식감이 좋고 스프는 어패류계열의 감칠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솔직히 스프가 꽤 짠편인데(특히 한국인 입맛에는) 이게 간장의 풍미가 제대로 살아있어 맛있게 짜다보니 나는 짠맛자체가 별로 거슬리지는 않는다. 거기다 두껍지만 부드럽게 삶아낸 챠슈도 입안에서 살살녹고 두껍게 썰어 식감을 살린 멘마도 넘나 맛있는것.
그에비해 야끼교자는 맛있긴 한데 다른 라멘집들 대비 차별화 되는 맛은 없다. 하긴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다녀본 곳들 전부 교자를 맛없게 먹은적도 없지만 존나게 맛난 곳도 없었네.
짠맛극혐에 간이 센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게 아니라면 누구나 맛있다고 인정할 만한 맛이고 매일같이 줄이 수십미터씩 서는지 이해가 충분히 되는 가게다. 먹을수만 있다면 나한테는 한시간 이상도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어딜가든 혼자다니는걸 선호한다.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도 아니고 일정이 꼬이든 급변경을 하든 일행 눈치볼 것 없이 내 꼴리는대로 다닐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혼자다니는 편이다. 그래서 혼자다니기 편한 일본여행을 많이 간 것 도 있고. 근데 어쩌다보니 3년전에 지인과 간사이 지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원래 말도 많고 활발한 사람이 외국에 나와서 이빨도 못털고 갑갑해 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날은 한국인이 하는 곳으로 가보려고 찾아보다가 방문한 곳이 쇼(承)다. 가게이름은 아마도 오너쉐프님의 이름 중 한글자에서 따온 듯 한데 국내 블로그등의 후기를 보려면 "오사카 승"으로 검색해야 찾기 쉽다.
이 곳은 한국인 오너쉐프와 일본인 부인 단 두분이 하는 일본요리집인데 다녀온지 오래되서 요즘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1타임에 딱 1팀만 받아서 영업하기 때문에 두명만 와도 사실상 대관이나 다름 없다. 나 혼자 간 거였으면 애초에 갈 생각자체도 안했겠지만 같이 간 지인은 간만에 언어장벽없이 소통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해 했다. 물론 요리도 맛있었고. 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인 손님이 많은게 장기적으로는 가게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중국인 오너쉐프가 우리나라에 한정식집을 냈다고 하면 나같아도 선입견부터 생길테니....어쩄든 방문한지 3년이 지난 시점에도 가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지에서도 나름의 경쟁력을 인정 받은게 아닐까 싶어 다행스럽다. 다녀온지 오래되어 요리 각각의 맛이나 특징은 잊어버린지 오래고 사진위주로 달려본다.
신사이 바시 유흥가 뒷골목에 자리한 빌딩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 타임에는 한국인 여자손님 2분이 다녀갔다고.
인당 만엔짜리 오마카세 단일메뉴기에 음료주문만 하면 된다. 술은 나도 사케는 쥐뿔도 모르니 그냥 추천부탁드렸는데 잔부터 초이스 하라고 보여주신다.
특별할 것은 없는 테이블 셋팅
모르는 양조장의 모르는 사케
전채
다녀온지 너무 오래되서 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무화과였나....
스시
갑자기 유자가 나와 뭔가 했더니???
뚜껑을 따고보니 안에 우니가 들어간 자완무시 아니....유자껍질을 그릇으로 썼으니 유즈무시가 되나??? 하여튼 계란찜이 있다.
껍질콩과 무, 표고버섯 그리고 하모가 들어간 국물요리
아는 양조장의 모르는 사케
왠일로 사알못인 나도 아는 핫카이산의 사케가 등장
사시미
아카미, 한치, 청어, 관자 였던듯
니모노(조림)의 차례였던듯
지금보니 로리스의 프라임립스러운 로스트비프가 눈에 띈다.
메인 요리인 와규 안심 화로구이
A5등급의 최상급 와규를 쓰신다는데 맛이야 뭐 더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모르는 양조장의 모르는 사케 두번째
아카미소가 아닌 시로미소 된장국은 오랜만이다.
마지막은 좀 더 센 술로 달려본다.
밥과 츠케모노
디저트
내가 일본요리집을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그 몇번 안되는게 워낙 날고기는 곳들이어서 솔직히 이 곳의 요리들 중 크게 인상적인 요리는 없었던 것 같다. 근데 그거야 비교대상들이 워낙 사기급인 곳들이고 가격도 여기보다 훨씬 비싸서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고 역설적으로 뭔가 아쉽다거나 나쁜기억이 없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수준이 보통 이상임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싶다.
오너쉐프님이나 오카미상의 접대도 아주 친절해서 일본에 간 김에 일본요리집을 경험하고 싶은데 언어장벽이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방문당시인 2017년말 까지만해도 타베로그 우동부문 평점 전국 1위였던 라쿠라쿠인데 지금 타베로그를 다시 확인해보니 전에 두번 포스팅했던 우동의 원조동네인 카가와 현의 가모우 우동이 1위이고 라쿠라쿠는 평점 4점도 수성하지 못하고 3위로 떨어져있다. 물론 3위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위치가 오사카현이긴 한데 오사카시에서는 꽤나 떨어져 있는 카타노시의 시골에 짱박혀 있어서 접근성은 매우 좋지 않다. 그나마 가까운 전철역인 게이한선 코즈역도 1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어서 전철내려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대체 이런곳은 어떻게들 알고 찾아가서 발굴해 냈다 싶다. 아침에 살짝 늑장부리고 출발했더니 도착하기도 전에 웨이팅줄이 꽤나 길게 서 있었다.
어쨌든 줄을서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보니 대기좌석까지는 와서 앉아서 기다리고
대략 한시간정도 기다린 끝에 가게 문앞까지 왔다.
메뉴판
메뉴가 상당히 다양하다. 어차피 대표메뉴인 와규니꾸붓카케(1080엔)을 주문하려고 미리 정해 놓고 온지라 거기에 튀김만 추가했다.
카운터석에 착석하고 주방을 바라보니 쉴새없이 우동면을 삶고 있는 중
치쿠텐, 다마고텐
와규니꾸붓카케 우동
이름대로 소고기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고 가쓰오부시와 달걀노른자도 올라가 있다. 붓카케 우동에 빠질수 없는 다이콘 오로시도 있고.
쯔유를 자작하게 붓고 먼저 면부터 살짝 맛을 보니 냉우동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면의 탄력이 어마무시하게 좋다. 말 그대로 이빨을 튕겨낼 것 같은 탱탱함이 살아있고 잘 비벼서 쯔유와 함께 맛을 보니 쯔유의 단짠 밸런스가 아주 잘 맞춰져 있어서 붓카케 우동보다는 자루우동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도 괜찮았다. 고명으로 올라간 와규도 살살 녹는게 우동에 고명으로 올리기에는 아까울 정도였는데 상당히 좋은 등급의 고기를 쓰는 것 같았다.
확실히 산넘고 물건너와서 한시간넘게 기다린 보람은 충분히 있었던 우동집이다. 당시 기준이긴 하지만 왜 타베로그 우동부문 전국1위였는지도 충분히 납득할만했고. 그깟 우동 1그릇 먹으러 거기까지 가서 한참을 기다려서 먹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우동집이었다.
ad hoc에서 프렌치를 맛있게 먹고 교토로 향한다. 신오사카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1정거장 16분이면 가지만 그래도 패스 본전은 뽑아야 하니 자유석 말고 특실 발권했다.
도쿄행 고다마
전역정차하는 도카이도 신칸센의 가장 낮은 등급이지만 교토까지는 어차피 등급 무관 소요시간 동일하다. 교토에 신칸센 타고 가는건 정말 오랜만인듯
교토역에 붙어있는 이세탄 백화점의 9층에는 라멘 코지라는 라멘 테마파크가 있다. 전국의 유명 라멘집들의 분점을 모아놓은곳인데 나는 여기서는 오직 이곳 다이쇼켄만 간다. 다른곳은 그리 구미가 당기는 곳이 없음.
다이쇼켄의 주요 메뉴
다이쇼켄은 도쿄의 이케부쿠로에 본점이 있는 라멘 노포인데 츠케멘의 원조로 유명하다. 내 선택도 당연히 츠케멘
입구의 자판기에서 식권을 사서 들어가면 되는데 영어도 지원되니 외국인도 주문하는데 별 어려움 없다.
어정쩡한 시간이라 바로 착석
점심은 이미 먹고 온 터라 맛만 보려고 츠케멘 제일 작은것으로 주문했다.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원조집이라고 다 맛있는건 아니지만 다이쇼켄은 맛있다. 내가 먹어본 츠케멘중엔 단연 최고. 거의 칼국수만큼 굵은 면은 탄력이 좋아 씹는 맛이 살아있고 스프는 진한 해물향과 감칠맛이 좋고 점도가 높아 면을 담그면 잘 흡착 된다. 특히 저 김 위의 어분이 포인트. 등푸른 생선의 풍미가 라멘스프에 녹아들어 나같이 해물계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상적인 맛이 된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돼지고기 요리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 만 하다.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쇠고기 스테이크보다 낫다. 돼지고기 요리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건 만제의 돈카츠지만 올리브유와 트러플 소금빨을 빼고 딱 고기만 놓고 비교하면 이쪽이 낫다. 돼지고기는 무조건 푹 익혀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우리나라에선 정말 나오기 힘든 요리다.
디저트 1번
디저트 2번
디저트들도 맛과 모양 모두 흠 잡을데 없었다.
마무리는 에스프레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행운의 제비뽑기가 왔다. 사진 속 초콜릿을 3개 보여주고 그 중 한 개를 고르면 되는데
안이 이렇게 빨간칠이 된 것이면 당첨이다. 이번에도 선물은 잼
미쉐린 1스타 치고 아주 저렴한 5500엔에 음식 맛부터 접객 가게 분위기까지 전부 만족스러우니 안 올수가 없다.
타베로그 전국 1위인 도쿄의 나리쿠라가 오너 은퇴와 제자들이 가게를 이어받는 과정의 휴점상태라 못가본게 너무나 아쉬웠고 2위인 톤타는 기대이하였다. 나리쿠라가 오너가 은퇴한 이후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하겠지만 나리쿠라가 어수선하고 톤타는 별로인 현시점에서의 내 개인적 우주최고의 돈카츠는 단연 타베로그 전국랭킹 3위인 만제다. 만제가 만약 도쿄에 있었으면 나리쿠라는 몰라도 톤타보다는 무조건 점수가 높았을거라 본다.
만제의 예약시스템은 이전 후기에도 적었었지만 당일예약만 오전 8시 30분경부터 받는다. 특히 한정수량인 도쿄X를 파는 토요일은 새벽부터 줄이 서는데 보통 6시반~7시사이에는 와야 먹을수 있을까 말까다. 이외 메뉴는 수입이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끔 품절이 발생하는 이베리코를 제외하고는 거의 상시 주문 가능하며 개인적 팁은 도쿄X를 먹을거면 무조건 6시반 이전에 와서 런치로 예약해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8시 40~50분 정도에 와서 디너를 예약하는것을 추천한다. 디너는 런치처럼 예약이 빡세지가 않아서 예약접수 시간 약간 지나서 오면 대기없이 예약명단에 쓰고 갈 수 있다.
나도 이날 오전 9시 거의 다되어서 디너 예약명부에 이름을 쓰고 대략 언제쯤 오면 되냐고 물어보니 19시전까지는 오라고 해서 18시 50분쯤 가게에 도착했다.
런치에 비해 확실히 가게앞이 한산하다.
가게안 대기의자에서 바라본 내부모습
잠시 대기 후 자리가 나자 안내 받았는데 제일 안쪽 끝이라 기둥이 있어 살짝 불편했음
왼쪽의 하얀가루는 트러플 소금이다.
조리실은 언제나 그렇듯 청결하다. 기름때에 쩔고 어수선한 톤타와 매우 비교됨.
주문은 착석 후 받는데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잘라내고 망치로 두드리고 게란물과 빵가루를 뭍혀 튀겨내는 전과정을 카운터 너머로 볼 수 있다.
이날 나의 주문은 가고시마 흑돼지 로스 + 특상히레 세트(3080엔)에 밥추가
보통은 세트에 밥과 장국이 나오는 정식추가(490엔)를 많이 하는데 장국도 맛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굳이 추가할 필요까지는 못 느끼기에 나는 밥만 추가해서 200엔정도 세이브함.
히레(안심)카츠
미디움정도로 익혀 육즙이 촉촉하게 살아 있다.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덩어리임에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육즙이 일품이다.
로스(등심)카츠
히레와는 다르게 위쪽에 지방부분이 있는데 올리브유와 소금을 찍어 먹으면 단맛이 확 감돈다. 이것또한 익힘이 예술이라 일반적인 돈까스 하고는 차원이 다른맛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을 떼서 완전히 익히는 돈까스 하고는 아예 다른 요리로 봐야 한다고 생각함.
추가주문한 에비 후라이
가을이었으면 굴이나 송이를 주문했을텐데 딱히 추가 주문 할만한 게 눈에 띄지 않아 무난한 새우튀김으로 선택 머리까지 바삭하게 튀겨내어 탱글한 새우살과 육즙은 살아 있고 겉은 바삭해서 맛있음 근데 개당 420엔이라 좀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