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하코다테에서 특급열차로 40~50분정도 떨어진
모리라는 작은 어촌마을에 있는 미쉐린 1스타 스시야인 스시 오네다였다.
아침에 타고 온 슈퍼호쿠토를 다시 타고 북쪽으로 40~5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이번엔 신형열차 당첨 모리까지 가는길에 특실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모리역은 바다에 접해 있어 낮이었으면 플랫폼에서도 바다가 보였을텐데 어두워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골역이라 역사도 좀 노후되었고 역무원 한분을 제외하고는 역내외 어디에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음
살짝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정말 고요한 시골마을 이었다.
역전 광장 왼쪽에 있던 이까메시가게
이까메시 외에도 과자나 담배도 취급하는 동네 구멍가게 같은 곳이었는데 사진상으론 느낌이 잘 안오지만
자판기만 없으면 70년대 시대극을 찍어도 될것 같은 레트로한 분위기였다.
역 앞 광장에서 주택가가 있는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오늘의 목적지 스시 오네다가 있다
주방 뒤쪽으로 통창이 시원하다
어두워서 안보이지만 저쪽이 역과 바다가 있는 방향이라 낮에 오면 경치가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오기 전엔 시골마을 도로변에 자리도 카운터만 8석 정도 있는 낡고 좁은 가게를 상상하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인테리어도 꽤 화려하고 가게도 넓다. 놀라서 착석 후에도 한참 주변을 두리번댔다.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카운터 뿐만 아니라 별실도 있었음
네타박스
오늘의 재료들이 도열해 있다.
자리 셋팅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당연히 삿포로 클래식으로 시작
근데 내가 한참 붐빌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오기전에 먹고간 것 같지도 않고 시간상 나보다 늦게 올만한 손님도 없을 것 같아
오너쉐프님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오늘은 나밖에 예약이 없단다;;;;
아니 아무리 시골구석에 짱박힌 스시집이지만 미쉐린 1스타 까지 받은곳에 손님이 나밖에 없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오히려 오기전까지는 단골들로 북적거릴거라 생각했는데...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경우가 손님입장에서는 집중케어를 받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긴했었는데
주인입장에서는 본전도 못건지는 상황이니 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첫점은 문어 였는데 사진을 못찍었다.
앞바다에서 잡은 문어라는데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게 잘 조리되어 맛있게 먹었다.
두번째가 참치
쥬도로와 아카미가 나왔는데 역시 참치는 일본 스시야들이 수준이 높다. 산지를 여쭤보니 나가사키 산이라고.
요맘때는 나가사키산이 물이 좋다고 한다.
계절별로 가게에 입고되는 참치의 산지를 전부 보여주며 설명해주심
마츠가와 가레이(노랑가자미)
노랑 가자미는 처음 먹어봤는데 광어보다 찰지고 엔가와의 고소함도 한단계 위인듯
홋키가이
개인적으로 그리 즐기지 않는 재료지만 그나마 구워 나오니 불향 덕에 나쁘지 않았다.
지역사케로 추천 부탁해서 받은 사케 역시 모르면 걍 추천받아 먹으면 후회는 없다.
사쿠라 마쓰(벚꽃송어) 가마도로 구이
이날 점심에도 프렌치 레스토랑 로와쥬에서 살코기구이가 나왔던 먹었던 송어다.
역시 제철 재료는 장르불문 어느 음식점에서나 많이 쓰인다. 사실 이부위는 노르웨이산 냉동 연어를 구워도
맛없을수가 없는 부위인데 이건 홋카이도산 사쿠라 마쓰니 작은 살점 하나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특히 다이콘 오로시가 시원하면서도
맵지도 않고 단맛이 좋아 생선구이에 딱이었는데 무가 맛이 아주 좋다고 하니 무도 이 동네에서 재배한 건데 지금이 맛이 좋을때라고.
아유(은어)
엥? 스시집에서 은어는 처음 봤다. 이 시기의 은어보다는 덩치도 좀 더 커지고 알도 밴 가을 은어가 더 좋긴한데....
그래도 삿포로의 아라키에서 먹었던 은어 덴뿌라 보다는 여기 은어가 맛있는듯
시라우오
뱅어다. 얘도 모리 앞바다에서 잡은거라는데 샤브샤브나 덴뿌라는 먹어봤어도 스시로는 처음이다.
통으로 쓰는 생선임에도 단맛이 나는 살은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내장의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음
아까가이
피조개도 손질부터 느낌 팍 오게 예쁘게 나왔다. 맛도 보이는 만큼 굿.
보탄에비
이날의 최고의 한점이었던 도화새우다. 이분도 가게 앞바다에서 오신분이라는데 그래서 보통은 데쳐서 쓰거나 날로써도
내장은 빼고 스시로 만드는데 여긴 날로 나왔을뿐 아니라 내장까지 얹어서 나왔다. 게다가 힘줄 손질한 것도 그야말로 예술
입에 넣는 순간 내장의 바다향이 확 퍼지면서 달콤한 새우살이 스르르 녹는게 엄지 척 할 수 밖에 없었음.
근해에서 잡은 신선한 놈이라 내장까지 날로 먹을 수 있는거라 한다. 그간 먹어본 모든 보탄에비 요리 중에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털게와 연어알
사진으로만 봐도 뭔맛인지 떠올릴 수 있을것 같은 식상한 조합이지만 그만큼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두번째 추천사케
오너쉐프님과 여행코스에 대해 이야기 하던중 어제 스시 미야카와를 다녀왔다고 했더니 쉐프님도 그 가게 안다고 하길래
홋카이도에서 초밥집 랭킹 1,2위를 다투는 집이니 당연히 알겠지....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문득 전날 스시 미야카와에서 미야카와상이
다음날 일정을 묻길래 아.....하코다테 근처의 모리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초밥집인데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했더니 오네다 아니냐고해서
아 맞다고 거기라고 했었던게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이바닥이 좁아서 다들 알고지내나 보다 했는데 오네다의 오너쉐프님께
미야카와상도 이 가게를 알고 계시더라 라고 했더니 본인의 선배라면서 같은 가게에서 수련했었다고 서로 잘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게에 젊은 여자 이타마에가 있지 않았냐길래 분명 제일 왼쪽에 스시집에서 보기힘든 여성 이타마에가 있었던 기억이
나서 그렇다고 했더니 얼마전에 부모님과 같이 왔었단다.
근데 스시 스타일은 같은 가게에서 수련한 것 치고는 상당히 다른데 미야카와는 기교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네타에
초가 세고 밥알이 단단한데 반해 오네다는 네타에 기교도 꽤 들어가고 초도 중간정도 세기고 밥알도 적당하게 무른 수준이었다.
두 가게 모두 우열을 가릴 경지는 넘어섰기에 어느쪽이 낫다보다는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를 것 같다.
전어
우리나라에선 초가을 아니면 구경도 힘든 전어가 전날에 이어 또 나왔다. 근데 다른점은 고하다가 아닌 나카즈미라고 알려줘서 처음엔 전어가
아닌 다른 생선인줄......그래서 다시 물어보니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출세어인 전어의 고하다 다음 크기 이름이 나카즈미였다.
지금까지는 어떤 음식점을 가나 제일 작은 사이즈인 신코나 그다음 으로 큰 고하다 정도만 나왔었지 고하다보다 큰 건 듣도 보도 못했기에
고하다보다 큰 전어의 이름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게 나카즈미 인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다보니 잔뼈가 걸려서 고하다보다는
하급으로 친다는데 이날먹은건 식감면에선 고하다랑 별차이 없었다. 그냥 약간 큰 고하다를 먹는느낌?? 되려 살맛은 고하다보다 나은 느낌이었다.
아카미
빛깔부터 너무 아름답다. 산미는 제철 오오마산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었음
오도로
녹아내린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고등어
불질한 후 감칠맛 덩어리인 백다시마를 올려 비린맛은 잡고 감칠맛은 Up.
우니와 이쿠라
얘네도 식상한 조합이지만 그만큼 검증된 조합
하마구리
이날 나온 패류 중에 제일 맛있게 먹었다.
스시집의 마지막은 아나고........가 아닌 교꾸지
그러고보니 아나고나 우나기는 나오질 않았네????
타라코 마끼
뭔가 아쉬워서 추가 주문할게 없나 네타박스를 살펴보다 타라코를 발견했는데 원래 명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매운 양념을 한 멘타이코는 많이 봤어도 시오 타라코는 처음이라 타라코로 결정.
오너쉐프님 추천대로 오이를 넣고 마끼로 주문했음 짭짤하고 톡톡 터지는 알과 상큼하고 아삭한 오이의 식감이 잘 어울렸음
레알 마지막은 아가 먹었던 보탄에비 대가리를 넣고 끓인 미소시루
식사를 마치고 역으로 돌아오며 느낀건 이야 오늘도 보석같은 곳을 찾았구나 다음에 또 와야지 였다.
물론 손님이 없어서 더 만족도가 높았을 것 같긴하다. 다른가게들도 손님 많을때랑 한가할때는 확실히 만족도에서 차이가 나니.
어쨌든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하코다테로 돌아갔다.
참고로 가격은 이날 먹은 사시미 오마카세 기준 세전 11000엔. 미슐랭 가이드의 가격은 스시 오마카세인것 같다.
하코다테에 도착해 숙소 옆 편의점에 야식사러 왔더니 동네 편의점에도 싱글몰트 요이치가 있네?
이제 홋카이도 내에서는 구하기 쉬운가보다 일년전만해도 진짜 보기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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