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만에 온 구마모토역은 내가 기억하던 구역사를 싹 허물고 신역사를 지어서 예전의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멋있게 잘 짓긴 했는데 역전도 너무 휑하고 역사도 상징색인 검은색 컨셉이 너무 삭막해 보이는듯.
구마모토 성앞에 있는 아케이드.
대로를 가운데 두고 위아래로 아주 긴 아케이드가 펼쳐져 있다.
구마모토성은 지진때 무너진게 아직도 복구 중이라 출입불가
이날 저녁은 구마모토 성 근처에 위치한 미쉐린 1스타 스시야인 스시 나카무라
초행길에는 꽤 찾기 어려울듯하다. 나도 한번 지나쳤다가 다시 와서 찾았는데 보다시피 입구가 비스듬히 있고 간판도 작은데다 글자도 알아보기 힘들게 적어놔서 외국인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어쨌든 디너 오픈시간 맞춰 첫손님으로 입장
시작은 늘 그렇듯 맥주다. 부부 두분이 하는 작은 가게라 좌석수도 그리 많지않고 생맥도 없어서 에비스 병맥으로 주문
첫번째 요리는 이제는 지겨울만큼 많이 본 아스파라거스와 자연산 도미 시라꼬
시라꼬야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찜보다는 역시 굽는게 최고인 듯.
광어+안키모
광어 위에 안키모가 올라갔는데 도쿄의 스시유우에서 나왔던것 마냥 갈아져서 나왔다. 쫀득한 광어에 안키모의 진한 풍미 그리고 위에 뿌려진 실파가 두가지의 밸런스를 맞춰줘서 맛있게 먹었다.
도화새우+보라성게+와사비 꽃
이곳의 츠마미는 단순하게 나오는게 별로 없다. 하나와사비는 처음 먹어본 듯한데 와사비의 향은 간장에 절여서인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새우와 우니조합은 다른데서도 많이 봤지만 위에 절임이 추가되니 한층 복합적인 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홋카이도산 대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개나 소나 다 아는 맛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대게
아오사(파래) 차완무시
안에는 히라메 모찌가 들어있다. 파래향도 좋고 건더기도 맛있고~
게소야끼(오징어다리구이)
어찌보면 흔한재료의 흔한 조리법인데 곁들여진 오로시와 파의 조합이 평범한 요리를 평범하지 않게 해준다.
맥주 다 먹고 주문한 사케
당연히 추천요청해서 받은건데 라벨이 왠지 익숙해서 찾아보니 2일전 히로시마의 나카시마에서 마셨던 사케와 이름이 동일하다. 나카시마에서 먹은건 검은색 라벨이고 이건 흰색이니 완전히 같은 술은 아니지만 같은 양조장의 같은 라인업인듯
마나가츠오(병어) 후라이
병어는 조림이나 세꼬시 정도로나 먹어봤지 필렛을 떠서 생선까스로는 처음이다. 맛이야 뭐 생선 필렛 튀김은 언제나 맛있지.
사요리(학꽁치)
스시 첫점은 학꽁치다. 담백해서 스타트로 좋은듯.
아코(붉바리)
처음엔 도미인가 싶었는데 붉바리란다. 당연히 처음먹는 생선인데 참돔으로 착각한게 미안할 정도로 맛있었다.
야리이까(한치)
비교적(?) 평범한 식재료지만 손질이 워낙 섬세해 다른 곳에서 먹었던 한치초밥보다는 기억에 남는다.
새끼 전갱이
새끼지만 맛은 성어에 못지 않았다. 작아서 초밥 하나에 한마리 씩 쓴다는데 거기다 저렇게 칼집까지 내서 손질하니 꽤나 손이 많이 갈듯.
보리새우
이전에 나온것들에 비해 비교적 평범한 녀석이 나왔다.
큐슈산 우니
이때는 규슈산 우니가 제철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홋카이도산 바훈우니 버금가는 진하고 크리미한 맛이 일품
참치 중뱃살
선도도 좋고 산미와 지방의 밸런스도 좋았다.
참치 대뱃살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네타 3장을 겹쳐서 나오는데 역시 일본의 수준급 스시야의 참치들은 퀄리티가 남다르다.
전어
전어초밥이야 수도 없이 먹었지만 이렇게 손질한 네타는 처음이다. 이타쵸의 수고가 눈에 보이는듯한 칼집 덕에 입에 넣자마자 샤리와 섞여 사르르 녹아내린다.
아나고
맛도 좋았지만 끝을 알리는 재료기에 푸짐하게 줘서 좋았다.
마무리는 참치마끼
니기리로는 뱃살만 나와서 아카미는 왜 없을까 했는데 마지막에 마끼로 나왔다.
장국
우리나라 스시집들은 장국이 초중반에 나오는데 반해 일본 스시집들은 대부분 끝물에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스시 먹을때는 장국을 잘 안먹는 편이지만 굳이 나온다면 마지막에 나오는게 스시맛을 즐기기도 좋고 속풀이 하기도 좋은듯.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지금까지 들렀던 대부분의 미슐랭 스시집들이 주방이나 서빙스탭이 꽤 되었던 반면 이곳은 부부 두분이 단촐하게 하는 스시집이라 초반에 나밖에 없을때는 금방금방 나왔지만 손님들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하자 오너쉐프님이 말을 걸기도 눈치 보일만큼 바빠졌다. 덕분에 음식 나오는 텀이 길어져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나오는 스시 한점 한점마다의 섬세한 터치와 정성이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미슐랭 1스타를 왜 받았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는 수준. 구마모토에 온다면 한번 쯤 들러볼만한 스시야였다.
다만 가격은 이곳도 미슐랭 가이드에는 세전 8000엔인데 현재는 세전 만엔으로 인상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