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오면 가성비 좋은 프렌치도 한군데 쯤은 꼭 들르게 되는데 예전에는 미슐랭 1스타 임에도 런치가 5500엔 밖에 안하던 오사카의 ad hoc이 맛과 가격, 서비스 모두 일품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었건만 코로나가 지나고보니 런치가격이 두배로 뛴 11000엔이 되었더라. 이 가격이면 굳이 ad hoc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싶기도 하고 이번 여행 컨셉이 예전 단골집들 순례긴 하지만 한군데 정도는 새로운 곳도 가보고 싶어 뒤지고 뒤지다 예약한 곳이 히로시마에 있는 Le Jardin Gourmand 이다. 여기도 2017년인가 히로시마 미슐랭 특별판에서 1스타를 받은 이력이 있고 오너쉐프 경력이나 평들이 괜찮은 편이어서 결정.....은 맞긴한데 사실 오카야마의 저렴하고 평 좋은 프렌치 3곳을 전부 혼밥이라는 이유로 예약 빠꾸먹어서 차선으로 고른거다.
히로시마역에서 내려 일반열차로 갈아타고 다시 노면전차로 환승해서 근처까지 왔는데 내리고 보니 산비탈에 있는 너무나도 조용한 주택가다. 근처에 이렇다 할 상점가도 없고 외진데다보니 돌아갈때 택시잡느라 엄청고생했다.
철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오니 진짜 대문이 있고
거기서 다시 계단을 올라오면 이렇게 비밀스런 공간에 들어가는 듯한 가게 입구가 나온다.
조금 늦은시간으로 예약을 해서인지 혼밥임에도 전망좋은 자리에 안내받았다. 다만 통창너머로 딱히 경치가 좋은게 아닌건 함정.
왠지 영어메뉴도 있을법한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번역이 가능하다보니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첫잔은 입가심도 할 경 화이트로 주문
적당한 산미와 사과등의 과일향이 괜찮았던 와인
질좋은 참치회(?)가 나왔다. 일식느낌이 진하긴해도 이때까지는 별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고
언뜻보면 치즈햄버그 같은 비주얼이지만 버섯샐러드다.
반갈죽 해보니 큼지막한 표고위에 크림소스와 치즈를 얹고 구워낸듯하다. 야채류도 싱싱하고 고기못지 않은 식감과 감칠맛의 표고덕에 순삭
빵도 꽤 수준급 다만 버터가 너무 차가운게 아쉬웠다.
여기서부터 살짝 고개가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대게살을 발라 내장스프위에 올린요리인데 위에 올린 가니시만 빼면 비주얼부터 완전한 일식이다. 아니 그냥 그릇만 바꾸면 스시집 츠마미라고 해도 믿을법한 요리가 나왔다. 혹시나 하고 맛을 보니 맛은 조낸 맛있긴한데 좀 차가울 뿐이지 딱 상상했던 그맛이네?
분명히 맛있는 요리긴 한데 이건 퓨전이라고 해도 일식에 너무 치우친 요리라 내가 원했던 방향과는 좀 다르다보니 먹긴 맛있게 먹었어도 살짝 실망이라고나 할까?
다음은 이어서 히로시마의 특산물 굴이 나왔다.
크리미한 맛이 응축된 느낌이 좋았고 소스와의 궁합도 굳.
이제 슬슬 메인이 나올타이밍이라 레드와인으로 환승
그냥 무난한 보르도 와인
지금까지 다녀본 일본 양식집들의 생선구이는 보통 무난하게 도미가 주로 나왔었는데 숭어는 처음본다. 껍바속촉으로 뀌숑 좋고 담백한게 소스랑도 잘어울렸음.
메인요리는 무난하게 안심스테이크
별도로 품종에 대한 안내자료가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고급육인듯. 실제로 맛도 안심임에도 풍미가 꽤 좋고 질기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씹는맛도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는 두가지중 선택이었는데 난 딸기로 선택했더니 요게 나왔다. 딸기위에 생크림 머랭을 올려나왔는데 고급진 단맛이 좋았음.
뭔가 알콜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증류주를 한잔 청하니 무려 핀 드 부르고뉴가 나왔다. 깜짝놀라서 미처 병을 찍지 못한게 아쉽다. 고급지면서도 그윽한 향이 너무 좋아서 아껴먹느라 개미오줌마냥 찔끔찔끔 먹었음.
마무리는 에스프레소로.
점심에 가격대별로 3가지 코스가 있는데 내가 주문한건 13200엔짜리 중간코스였다.
서비스 좋고 가게도 아주 고급스럽고 깔끔한게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전부 맛있었긴한데 몇몇 디시는 퓨전이라고 보기에도 너무 일식쪽으로 밸런스가 치우치다보니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라서 좀 당황스러운 느낌은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가성비 좋은 일본의 양식당들이 현지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일식터치도 꽤 있긴하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에선 퓨전요리집도 아니고 프렌치를 표방하는 레스토랑 치곤 선을 넘은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첫방문이라 내가 가게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보니 그런것도 있고 맛 자체는 하나하나 만족스러웠기에 아마 기회가 되면 재방문은 할 것 같다.
https://goo.gl/maps/zVYQjmbxJEqMGLTs9'일본 > 주고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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