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지방을 오면 나는 웬만하면 꼭 히로시마를 일정에 넣는편이다. JR서일본의 지역패스중 제일 많이 이용한 것도 간사이-히로시마 패스이고. 그 이유중 가장 큰 지분이 바로 이곳 텐코혼텐이다. 긴자의 유명 덴푸라집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퀄리티에 가격은 절반이니 덴푸라를 좋아하고 일정에 히로시마를 스쳐가기라도 하면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4년만에 방문했더니 역시나 가격은 예전대비 많이 오르긴했다. 예전에 런치가 4200엔이었는데 5500엔이 되었다. 근데 솔직히 예전가격이 말도안되게 저렴했던탓에 올라도 전혀 비싼느낌은 들지 않는다. 코로나 전에 현재가격을 받았어도 충분히 갓성비였을만큼 퀄리티가 좋기 때문이다.
생맥은 없기에 에비스로 시작. 몇년만에 우스하리에 맥주를 따라마셔보니 질감이 참 좋다.
작은 종지는 새우꼬리나 꼬치같은 안먹는것들 담는 짬통.
고소한 멸치와 새콤달콤한 드레싱이 쌉쌀한 야채와 너무 잘 어울린다.
덴다시와 레몬소금이 세팅되고
시작은 역시나 새우다리다. 튀김옷없이 원물 그대로 튀겨낸 리얼 새우깡. 한점에 맥주한잔 원샷감.
포실포실한 튀김옷에 완벽한 익힘 그리고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도는 기름까지 4년간 그렇게 그리워했던 바로 그 맛이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는만큼 굵기는 좀 아쉬운 아스파라거스였지만 한입 베어물때마다 완벽한 익힘으로 덥쳐진 채즙이 입안을 가득채워준다.
잠깐 틈이 난 새에 옆테이블 염탐도 해보고
활 보리새우와 전복이 있는 수조. 미리 손질을 하는게 아니라 조리직전에 여기서 건져다 쓴다.
흔한 조합인거 같지만 중간에 가리비 관자가 추가된게 특징이다. 궁합이 검증된 맛있는 3가지 재료를 모았으니 맛은 보장이고.
수박향이 난다는 물고기 아유다. 봄이라 크기가 작아 통으로 먹어도 뼈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나는 수박향까진 모르겠지만 살맛은 단맛도 느껴지고 확실히 좋다.
봄의 산채하면 빠질수 없는 두릅도 나와주시고.
토라하제라는 망둥어 사촌쯤되는 물고기인데 주로 히로시마가 접한 세토내해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라고 한다. 맛은 기스와 비슷하게 담백한편이라 덴푸라용으로 괜찮다.
여기선 맨날 맥주만 먹다 하이볼을 처음으로 주문해 봤는데 특이하게 기주를 가쿠빈이나 짐빔같은 저가위스키가 아닌 글렌리벳을 사용한다. 맛은 뭐 그냥 평범한 하이볼인데 음식하고 궁합은 맥주가 더 나은듯.
죽순으로 유명한 구마모토산
가레이 라는데 정확히 어떤 가자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흰살생선은 덴푸라 재료로는 맛없기도 힘듬.
달달한 양파가 완벽한 익힘으로 나왔다.
아나고는 구이고 자시고 튀김이 제일 맛있다. 튀김이라는 조리법에 한해서는 아마 우나기보다 맛있지 않을까 싶다. 겨기까지 정규 코스 마무리가 되었고 안 나온 재료 중에 2개만 추가 요청을 했다.
첫번째 추가주문은 금태다. 흰살이지만 기름진생선이라 지방의 단맛과 고소함이 맛있는 생선. 그걸 튀겨서 트러플 소금을 곁들이니 장점 극대화에 흰살생선의 향기까지 보완해줘서 퍼펙트하다.
전복도 보리새우와 마찬가지로 조리직전에 수조에서 꺼내 손질하니 일단 선도는 두말할 필요 없다. 쫀득쫀득한 식감은 무시아와비와 비슷하지만 포슬포슬한 튀김옷과 튀김유의 풍미까지 더해져 마무리로 제격이었다.
덴푸라가 끝나면 테이블을 싹 치우고 식사세팅으로 넘어간다.
텐동과 텐차중 고민하다 국내에서 먹기힘든 텐차로 결정. 과하지 않은 감칠맛의 다시맛의 밸런스가 좋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입안정리좀 하고
찐 디저트는 바로 이 말차. 아이스크림으로도 미처 지우지못한 기름기를 말차한잔으로 최종 마무리.
스시나 돈카츠 라멘같은건 국내에도 수준급 대체재들이 있어서 그렇게 간절하진 않았지만 본격적인 덴푸라집은 국내에 제대로 하는곳이 없다보니 울며겨자먹기로 텐동으로나마 채워지지않는 마음을 달랬었는데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다. 이번에 4년만에 일본에 와서 몇군데 음식점들을 돌다보니
'어? 이정도면 굳이 일본까지 와서 먹을필요 없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이 많이 올라온 장르도 있는 반면 덴푸라는 그러지 못해 좀 아쉽다. 이전에 실패사례가 좀 있어서 쉽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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