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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포로에 도착한 첫날 저녁은 덴뿌라 전문점인 아라키였다.

홋카이도에서 제일 유명한 덴뿌라집은 하코다테에 있는 타자와인데 연로하신 부부 두분이 하는지라 일주일에 3일을 쉬고

당연히 영업하는 날도 예약도 쉽지않다. 현재는 단골이나 단골 소개로 온 사람만 받고 초객은 아예 안받는다 하여

차선책으로 알아본게 삿포로에서 덴뿌라로는 원탑이라는 아라키였다.

미슐랭 2스타에 타베로그 평점도 3.8로 안정권이고 재료좋기로는 일본내에서도 최고로 치는 홋카이도니 내심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갔다.

예약은 두달전에 했고 저녁영업만 하는데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2부로 예약함


위치는 스스키노역에서 슬슬 걸어 10분이내로 도착가능한 거리에 있는데 바로 옆에 미슐랭 1스타 스시야인 스시 히데타카가 붙어있다.


테이블 셋팅

가게 내부는 손님이 있어 촬영은 못했지만 카운터 뒤편으로 4인 다다미 테이블도 있고 카운터는 총 9석이었다.

이날 손님들은 일본인 4명에 홍콩2, 한국3


오늘의 재료들이 나와있다.


확대샷


훈연한 삼치를 다듬는 아라키상


첫 요리는 훈연한 삼치

삼치자체도 질이 좋고 훈연도 잘해서 최근 먹어본 삼치중에 손꼽힐만 했다.


두번쨰는 스이모노

맑지만 감칠맛 좋은 국물에 나물향이 쫙 퍼져서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향과 맛이었다.


이제슬슬 덴뿌라 타이밍인듯 구루마 에비들을 하나하나 손질한다.

껍질을 벗기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디를 꺾어 손질하는게 인상적이었다.

다른 덴뿌라집도 새우는 활어를 많이 써서 조리전에 즉석손질을 하지만 여기는 이후에도 모든 재료를

조리직전에 손질을 해서 나왔는데 오너쉐프인 아라키상의 방침인듯 하다. 그래서인지

작은 가게에 직원들이 꽤 많았다.

외국인 손님도 자주와서인지 아라키상도 재료명 같은건 영어로도 곧잘 이야기하고 오카미상은 회화도 꽤 하더라.


기다리기 살짝 지루해질 즈음 나온 은행

맛은 뭐 그냥 은행 맛인데 역시 은행은 가을에 먹어야....


소금과 스다치가 준비되어있는 덴뿌라 플레이트가 나왔다


잠시후에 덴쯔유도 나오고


새우다리 튀김

다리튀김은 어디가나 튀김옷 없이 그대로 튀기는 듯 바삭하면서도 새우향이 확 퍼지는게 맥주안주로는 최고


덴쯔유에 넣을 다이콘 오로시도 넉넉하게 준비되고


새우 첫점은 살짝만 익힌 레어


두번째는 웰던으로 익힌건데 식감을 비교하며 먹을수 있어 좋은 아이디어 같다.


아오리 이까

오징어 두께 좀 보소....레어로 익혀 중간부분은 날것의 질감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이 다음에 보리멸이 나왔는데 사진을 깜박했네...

보리멸에서 부터 살짝 고개가 갸우뚱 하기 시작했는데 기스에서 놀랄만큼 별다른 맛이 나질 않았다. 원체 기스가 담백한 생선이긴해도

이정도로 밍밍한 맛은 덴뿌라집은 물론이고 스시나 일본요리집에서도 경험해 본적이 없었는데....느낌상으론 밑간을 거의 안한것 같았다.


그리고 덴뿌라의 맛이 좋게말하면 깔끔담백한 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2% 부족한 듯한 맛이 나는게 심심하다고 해야하나?

이게 홋카이도 스타일이라면 어쩔수 없겠지만은 솔직히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다......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튀김스킬 자체는 다른집들보다 뒤진다는 느낌은 없었음에도 맛이 그닥인 이유가 아마도 내 생각엔 기름이 원인인듯 하다.

덴뿌라집마다 고유의 튀김유 블렌딩이 있는데 내가 그동안 갔었던 곳들과는 많이 다른 기름을 쓰는게 아닐까 싶다.


다음은 다진새우살을 넣은 표고인가?


했는데 연근이 나왔다.

사실 연근을 이렇게 썰어서 나온건 처음봐서 연근이라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연근인지도 몰랐다.

일반적으로 세로로 썰어 구멍이 숭숭 보이게 손질해 나오는데 여기는 반대방향으로 손질해서 나왔다.

근데 이게 더 맛있는거 같다. 물론 여기서 잘 튀겨서 그런걸 수도 있는데 나는 확실히 이렇게 손질하는게

덴뿌라용으로는 더 나은것 같다. 이날의 베스트


중간에 뜬금없이 우니스시도 나오고

잘지은 밥에 홋카이도 우니를 올렸으니 맛없을수 없는 조합


우니 김말이

보통은 시소잎에 많이 싸서 튀기는데 여기서는 김에 싸서 튀겨나온다. 내가 본 김말이중엔 제일 호화스럽네

이것도 일반적으로 쓰는 시소보단 김이 나은것 같다. 김과 우니의 향이 은근히 잘어울리기도 했고 겉바안촉도 시소보다는

김이 당연히 우위이니


죽순

죽순도 아삭아삭하면서도 질기지는 않게 템퍼는 좋았으나 역시 좀 심심한 맛


아까 손질하던 표고가 이제 나왔네

얘도 맛없는건 아닌데 기대치에는 좀 못미쳤다. 그리고 이때 쯤 반죽물을 나무공이로 개다가 반죽물이

내쪽으로 튀었는데 다행이 나한테는 안 묻었지만 바로 앞까지 튀어 놀라서 움찔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가서

기분이 좀 상했다. 분명 튄거는 봤을텐데..... 

봄에 일본에 오면 일본요리집이든 덴뿌라집이든 빠지지지 않고 나오는 산채인데 이름을 들어도 들어도 까먹는다.

얘는 쓴맛이 엄청 도드라지는게 특징. 특유의 쓴맛을 즐기는 사람은 맛있게 먹겠지만 흔히 말하는 초딩입맛에는

한약급일듯. 나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데 기름의 풍미가 약한 스타일이다보니 쓴맛이 도드라져서 여기서는 불호


다음재료 손질하는거 기다리는 중간에 나온 문어조림

이런 소요리에 강점이 있는거보니 아라키 상은 베이스가 일본요리 인것 같기도 하다.


심심해서 재료손질 하는걸 유심하게 보고 있으니 자세히 보라고 이렇게 서비스

홋카이도 답게 가리비관자 사이즈도 남다르다 거의 키조개 관자급 사이즈


순무 튀김을 가쯔오다시에 내 줬는데

순무는 전에도 날로도 먹어봤지만 무보다는 단맛이 적은 배에 가까울 정도로 달아서 맛있었다. 다시와의 조화도 굿


아까 손질하던 관자가 덴뿌라로 나왔다.

레어로 익혀 속은 날것의 질감이 살아 있는데 솔직히 작년에 도쿄 긴자의 후카마치에서 먹었던 관자가 더 맛있었다.

사이즈는 비슷하고 그때도 북해도산 관자였으니 산지에서 가까운 이곳이 더 맛있어야 함에도 별로였던건 역시나 기름 탓인듯


갈치

덴뿌라 재료로 갈치가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의외의 재료라 놀랐다.

맛있긴 했으나 역시 기대보다는 조금 못한 수준...


덴뿌라의 마지막은 고구마다

고구마 자체의 맛이 워낙 좋은데다 그걸 튀겼으니 맛있긴 했다.


마지막 식사인 텐차


사실 이때까지만해도 내 입맛이 문제인지 정말 맛이 별로인건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텐차를 딱 먹고나서 느낀게 맛이 별로인게 맞다 였다. 내가 덴뿌라 코스 마지막 식사로 텐차를 고르는건

기름진 입안을 정리하는게 큰데 일단 찻물이 놀랄만큼 별다른 맛이 없었다. 다시는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 찻물 느낌.

그러다보니 튀김에서 나온 기름때문에 오히려 찻물에서 느끼함이 느껴지는게 살짝 역한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명 튀김실력도 괜찮고 재료도 좋은재료를 조리직전 손질해서 내는데 이상하게 맛은 별로인게 솔직히 괜히 왔다 싶었다.

오늘만 뭔가 문제가 있었던것도 아닌것 같고 원래 홋카이도의 덴뿌라 스타일이 이렇다면 할말은 없지만 내취향엔 영 별로.

히로시마의 텐코혼텐은 조리사도 2명밖에 없고 부제로 나눠서 영업하는것도 아님에도 각 손님의 페이스에 맞춰서 여기보다

훌륭한 퀄리티로 제공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중간중간 작은요리들 집어치우고

덴뿌라 맛이나 개선했으면 싶을정도로 기대에 크게 못미친 아주 실망스런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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