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왔으니 회는 먹어야겠고 그렇다고 자갈치 시장이나 해변의 수많은 횟집들은 내 취향은 아니라 뒤져보던 중 한국식 해산물 오마카세의 정점이라는 곳이 있어 후기를 뒤져보니 꽤 괜찮아보여 예약하고 다녀왔다.
가게 외관
외관은 일본의 요정 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들어가보니 실내도 그런 분위기. 원래 일식 요리집이 아니었나 싶다.
기본세팅
두명이라 카운터로 안내 받았는데 자리가 계산대 뒤쪽이라 좀 불편했다. 아마 원래는 채우지 않는 자리인 듯 했다. 그래서 그런가 의자도 급조했는지 내 자리만 다른 의자였는데 의자가 낡아 발 올리는 부분의 용접이 떨어져 좀 불편했다. 여긴 인당 10만원의 단일 메뉴인데 미들급 스시야 보다도 싼 가격이긴 하지만 한끼 10만원이 적은돈은 아닌데 솔직히 실내 관리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라고 하긴 힘들었다. 카운터 건너편 조리실쪽도 시장 안의 횟집이나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다. 화장실도 좁고 낮고 냄새도 심해서 관리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쓰는 사람도 깨끗이 쓰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기본 야채가 깔리는데 나는 좀 집어 먹었지만 다른 손님들은 워낙 먹을게 많이 나와서 인지 거의 손도 대지 않는 분위기. 카운터에 우리 일행 빼고는 전부 남녀 커플로 와서 더 그런 듯. 슬라이스 된 송화버섯은 향도좋고 배도 부르지 않아 술안주로 계속 집어먹었다. 소금보다 기름장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굳이 달라고 하진 않았다
첫번째 안주는 해삼이다. 오독오독하니 선도도 좋고 맛도 좋음
계란찜
찻잔에 나왔지만 차완무시 아니고 계란찜이다.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내가 아는 푸딩같은 질감의 차완무시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서비스 안주로 나오는 계란찜의 질감에 더 가까웠다. 대신 안에는 버섯 새우등 건더기는 푸짐하게 들어있어서 맛있긴 했다. 차완무시....아니 계란찜을 딱 먹고 나니 이 곳의 컨셉이 어떤 곳인지 느낌이 팍 왔다. 디테일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느낌.
전복, 뿔소라, 피조개, 왕우럭 조개
전복은 잘 삶았지만 식어서 나오다보니 맛은 좀 덜했고 뿔소라나 피조개, 왕우럭 조개는 손질도 잘 되어 있고 맛있었다.
전복과 왕우럭 조개
뿔소라와 피조개
고노와다가 따로 작은 접시에 나왔는데 아까 나온 해삼에서 나온 걸로 직접 만든건지 진하고 걸쭉한게 아주 맛있었다. 시판 고노와다는 비교도 안될만큼 진한 풍미가 아주 좋았다.
말똥성게가 오이위에 올려져 나왔다. 개체별로 맛이 좀 천차만별이었는데 맛있는 건 일본산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것도 있었던 반면 쓰기만 하고 비린맛이 확 나는 수준 이하의 것도 있었다.
생선회가 깔렸다. 왼쪽의 껍질 붙은건 도미, 오른쪽은 광어
광어는 특이하게 엔가와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살코기와 반반으로 손질했다. 어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전에도 본 적 있는 손질법. 뭣보다 광어 퀄리티 하나는 기가 막히다. 최소 3킬로 이상의 자연산 광어로 추정되는데 최근 먹은 광어 중에는 단연 최고 인 듯. 도미도 섬세함은 좀 떨어지지만 재료 자체의 질은 의심할 나위 없이 좋은 물건으로 회를 떴다. 숙성도 적당하고 재료빨은 인정.
먹다보니 엔가와만 따로 손질한 것도 나왔다. 두께좀 보소...
보리새우도 수조에서 산 놈을 바로 꺼내 그 자리에서 껍질만 벗겨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먹을 때도 꿈틀댐. 몸통만 먹고 꼬리와 머리는 다시 수거해서 튀겨온다.
다시 회가 리필되는데 아까 먹은 도미와 광어가 또 나왔다. 다른 계절의 후기들을 보면 비교적 다양한 어종이 나오던데 아마도 여름이라 제철생선이 한정적이라 그런것 같다. 그래도 농어나 민어, 잿방어, 전갱이 같은 여름 제철 생선 중 한 가지 정도는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회는 계속해서 리필이 되는데 주구장창 도미랑 광어만 나와서 물리기도 했고.
참치 뱃살이 나왔다. 아카미는 없는거 보니 뱃살 블록만 사입하는 듯. 기름진 참치 뱃살에 해동도 잘 되어서 맛있긴 하지만 딱 보이는 만큼의 맛.
아까 수거해간 새우머리와 꼬리가 튀겨져 나왔다. 근데 일행별로 따로 튀겨서 다른 일행것과 섞일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일행끼리는 어떤게 내가 먹다남긴건지 알 수가 없음. 남녀 커플들이야 별 신경 안 쓰일지 몰라도 우리는.....
후기마다 극찬이었던 밤튀김도 같이 나왔는데 정말 듣던데로 존나게 맛있었다. 밤의 단맛과 기름의 고소함 그리고 소금이 두가지를 증폭시켜 여지껏 먹어봤던 밤요리 중에는 단연 최고. 해산물 요리집의 시그니쳐가 밤이란게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먹어보면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맛이다.
아귀수육
탱글한 살코기도 맛있지만 역시 쫀득한 내장과 고소한 안키모가 일품이다. 한가지 아쉬운 건 폰즈 소스가 따로 나왔으면 더 맛있었을 듯
고래수육
고래는 부위에 따라 물고기스러운 곳도 있고 육고기스러운 곳도 있는데 이건 어떤 고래의 어떤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육고기스러운 맛이었다. 지방은 쫀득하고 살코기는 쇠고기 수육같아서 맛있었다.
참치도 추가요청하여 더 먹었다.
리필은 활새우와 대게를 제외하고는 당일 준비된 재료가 소진 될 때까지 무제한이라고 한다. 고로 우니, 고래, 참치. 전복 등등 할거 없이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요청해도 된다 함.
코스의 마지막인 대게찜이 나왔다. 살도 꽉 차있고 쪄서 바로 나오는거라 따뜻해서 더 맛있다.
몸통의 내장은 싹싹 긁어서 같이 나오는 죽에 섞어 먹으면 좋다.
몸통은 흔히 손질하는 방식과 반대방향으로 손질해서 나오는데 그러다보니 발라먹기도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 다른데 처럼 등껍질과 수평방향으로 잘라나오면 젓가락으로도 쉽게 발라지는데 굳이 수직으로 잘라나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음.
어쨌든 힘들게 발라서 죽에 좀 넣고 먹으니 맛있긴 하다.
술이 조금 남아 다른데서는 먹기 힘든 고래고기를 리필요청하여 마저 비웠다.
전체적으로 10만원이라는 가격대비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주는 것은 좋았으나 소소하게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 보이는 점은 좀 아쉬웠다. 특히나 그것들이 큰 돈이 들어가거나 손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이 아니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름이지만 횟감의 어종이 너무 단순한 것도 아쉬웠고. 그래도 워낙 가성비도 좋고 부산에서 이만큼 하는 집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니 가을~ 겨울 쯤 한 번 더 와보고 싶다. 어쨌든 부산에서 회를 먹는다면 재래시장이나 회타운 같은데서 바가지 쓰고 싸구려 양식생선에 구색 갖추기용 스끼다시를 먹느니 여기를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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