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거시기 해불고 뭔가 기분전환 하는데는 역시 맛있는 걸 먹는게 최고다. 마침 전부터 눈여겨보던 스시야가 있어서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당일예약을 시도해 봤는데 다행히 성공
입구의 명패가 작고 노렌이 없어 바로 앞에 두고도 조금 헤멨다.
저녁 장사만 하는 관계로 메뉴는 아주 심플하다. 마실거리만 고르면 됨
재료가 전부 국내산인게 인상적이다.
약간 비싸긴 하지만 국산 희석식 소주도 있다. 생맥주가 없는게 조금 아쉽지만 일본에서도 소규모 스시야에서는 생맥주 찾아보기 힘들다.
가게내부는 8석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공간을 넓게 써서 답답하지 않다.
자리 셋팅
데부끼가 있어서 놀랐다. 여기보다 비싼 가게들도 데부끼 제공이 안되는 곳이 태반인데....기물들도 신경 쓴 티가 나고 셋팅은 나무랄 데 없다. 다만 저 디퓨져가 가까이 있는 자리라서 그런지 향이 좀 강하게 느껴지는 게 살짝 흠이랄까? 디퓨져의 향은 아주 좋았지만 음식 맛과 향을 느끼는데 조금 방해가 되었다.
시작은 자완무시다.
안에는 새우와 구운 닭고기가 들어 있는데 구운 닭고기의 스모키한 맛이 계란의 부드러운 맛과 잘 어울렸다.
같이 나온 아보카도와 리코타 치즈, 토마토 샐러드
아보카도와 리코타 치즈의 녹진한 맛을 즐긴뒤에 상큼한 토마토로 씻어주는 멋진 조합
스시 플레이트에는 히말라야 암염과 생와사비가 올려져 있는데 와사비도 기성품 치고는 괜찮은 퀄리티다. 맵기보다는 향긋한 와사비향 뒤에 살짝 단맛까지 느껴졌다.
찐전복과 문어
요즘 스시야 마다 안 나오는데가 없는 게우소스 찐전복인데 익힘도 좋고 크리미한 게우 소스의 맛도 좋았다. 문어도 질기지 않고 쫀득한 게 맛있었음
집에가서 2차 하려고 맥주로 주문했다. 간만에 먹는 아사히
가쓰오 다시로 만든 젤리소스를 얹은 광어
하나는 단새우 다른 하나는 우니를 안에 품고 있다. 이쪽도 검증된 조합이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먹어봤지만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젤리소스가 맛을 한층 살려주는 느낌이다.
아나고 구이
진짜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구운 아나고 중에서는 거의 최고 인 듯. 양이 적은게 아쉬울 뿐 맛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곁들여진 오이절임의 산미도 입안에 남은 기름진 아나고 맛을 정리하는 데는 최고의 조합이다.
절임류는 벳따라즈께와 고보가 제공되는데 보통 스시집들에서는 가느다란 야마보고를 많이 쓰는데 여기는 일반 고보절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야마보고쪽을 선호하고 단맛이 강한 벳따라즈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유일하게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 근데 뭐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일 뿐 절임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았다.
시라꼬 튀김과 우니, 이꾸라, 게살이 올려진 미니 카이센동
우니, 이꾸라, 게살까지는 검증된 조합이라 식상하지만 시라꼬가 올라가면 이야기가 다르지. 크리미한 시라꼬의 맛이 일품이었는데 뒷주방을 담당하는 셰프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찜, 구이, 튀김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사바 이소베마끼
고등어 이소베 마끼는 처음인 것 같다. 비주얼만 놓고보면 생선살 비중이 작은게 원가절감 정해진 가격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이타쵸의 고민이 느껴져 살짝 아쉬웠지만 맛을 보니 나름의 조화가 괜찮다.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대구 스테이크 파스타
전혀 예상도 상상도 못한 메뉴가 나왔다. 원래부터 퓨전 스타일인 갓포산에서나 볼법한 메뉴가 나와버렸다.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대구의 담백한 맛을 소스가 아주 잘 받쳐주는 메뉴다. 파스타도 나무랄데 없었고. 이것만 단품으로 주문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모시조개가 듬뿍 들어간 스이모노
은은한 감칠맛이 도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무늬오징어
이제부터 스시 타임이다. 쫀득한 오징어의 질감을 잘 느낄 수 있는 메뉴. 샤리는 쥠과 모양새, 입안에서의 풀어짐, 초대리의 밸런스도 아주 좋은 게 이타쵸의 스시 쥐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
도미
돌돔
돌돔이라고는 하는데 때깔로 봤을때는 돌돔보다는 새끼인 줄돔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가격에 이런 네타가 나오는 것 만해도 감지덕지.
방어
제철이라 기름이 잔뜩 오른 방어뱃살 맛이야 무슨 말이 필요한가!
아까미 즈께
산미가 약간 부족한 듯한 느낌이고 아주 상급의 참치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엔트리급 스시야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영통 모 스시야에서 먹었던 처참한 아까미 즈께와 비교하면 여긴 완전 오버클래스.
참치 뱃살은 불질을 해서 나왔다.
마블링도 좋고 불질까지 했으니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1초 컷
삼치
삼치는 살짝 익혀나왔는데 야쿠미가 일품이었다.
고등어
이쪽도 야쿠미가 열일 했다. 특히 스모키한 풍미가 대박. 날 고등어와 훈연향의 조화가 너무 맛있었는데 가히 오늘의 한점
장국은 내취향인 갑각류 육수라 맛나게 들이킴
단새우와 우니초밥을 김에 싸서 나왔다. 새우, 우니, 김 모두 엔트리급을 뛰어넘는 퀄리티
쇠고기 치즈 멘치까스
생선만 먹다 이렇게 쎈 놈으로 한방 날려줄 줄이야.... 걍 맛있다.
네기도로 마끼
아나고
'코스 끝이랑게' 를 알리는 녀석이라 아쉬웠지만 구이와는 다르게 살살 녹는 맛 하나는 일품
마무리는 녹차 아이스 크림이다.
아나고 뒤에 면이라도 조금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까 카이센동 나왔으니 그걸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어차피 배도 찰 만큼 차서 양적인 면에서 아쉬운 건 아니기도 했고.
얼마 전에 엔트리급 스시야에서 크게 데여본 적이 있어서 반신반의 하면서 갔는데 여긴 진짜였다. 클라스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스시야였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저렴하다보니 재료가 아주 다양하거나 하진 않은데 실력으로 그걸 극복하려는 의지가 전해 진다고나 할까? 여긴 무조건 재방문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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