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구이 오마카세의 원조이자 끝판왕이라 불리는 마장동 본앤브레드.
인당 35만원으로 비싸기도 비싸지만 신관이 생기기전에는 최소 7~8명은 모아야하고 그나마도 예약이 쉽지 않아서 남들 후기보며 손가락만 빨았는데 신관이 생기고 나서는 소수인원 예약도 받고해서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고 있었다. 근데 접근성도 워낙 안좋고 양도 무지하게 많아보여 1년넘게 고민만하다 이제야 다녀옴.
실제로 와 보니 사진으로 볼때보다 더 건물이 주변환경과 안어울린다. 주변은 전형적인 강북 외곽의 낙후된 분위기인데 뜬금없이 이곳만 뉴욕의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같은 곳이 떡하니 있으니 상당히 이상한 느낌.
35만원 오마카세는 지하 1층 스피크이지에서 진행되고 윗층에서는 버거나 샌드같은 단품메뉴 포장이나 고기, 샤브샤브등의 단품메뉴 그리고 간소화된 25만원 오마카세를 진행한다고.
예약시간인 18시 1분전에 도착했는데 나 빼고는 벌써 다들 착석해 있고 심지어 고기도 굽기 시작한 상태라서 이건 뭐 내가 지각이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다.
황급히 외투벗고 앉으니 서버분이 미리 칠링해 놨던 샴페인을 따라주신다. 목부터 축이고 주변을 살펴보니 카운터 안쪽으로 오늘의 코스를 담당하는 쉐프님 한분이 계시고 홀에는 양복을 빼입으신 접객담당 직원만 네분이나 있다. 사진으로 볼때도 고급스러워 보였지만 실제 와 보니 더 고급진 느낌이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런가 손님들도 크게 떠드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하다.
간만에 보는 진짜 트러플이다. 뚜껑을 열고 슬라이서에 갈기 시작하니 향기덕분에 배가 더 고파짐.
한쪽 벽면에는 이렇게 술장이 있는데 비싼술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개봉한 병도 있는거 보니 굴비용도는 아닌듯.
시작은 갈빗대로 진하게 우려냈다는 스프. 마셔보니 진한 갈빗대의 풍미가 엄청나게 농축된 느낌이다.
브리오슈위에 성게알과 꾸리살 육회 그리고 캐비어까지 올라간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맛으로 초반부터 강렬한 임팩트다.
엔초비 대신 튀긴멸치를 곁들인 시저샐러드. 짭짤하고 고소한 튀긴멸치가 시저샐러드와 궁합이 좋다. 예전에 덴뿌라야에서 잔멸치를 샐러드에 토핑으로 얹어 나왔었을때도 맛있게 먹었던게 문득 생각난다. 이건 크기도 훨씬크고 튀겨나와 맛이 훨씬 자극적이다보니 샐러드임에도 코박고 먹게됨.
첫점인 안심은 트러플을 얹어 제공되었다. 단면만 봐도 겉면만 아주 얇게 바삭하게 구워내고 안쪽은 일정한 익힘으로 낸 셰프님의 굽기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먹기전에는 이속우화에서 먹었던 등심뺨치는 마블링의 안심마냥 사르르 녹아내릴줄 알았는데 질긴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 고기다. 대신 육향이 어마무시해서 지금까지 먹어본 안심 중 이렇게 진한맛의 안심은 처음이었다. 원래 부드럽지만 육향이 적고 덜 자극적이라 안심보다는 등심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건 뭐 왠만한 등심하고도 충분히 견줄만큼 맛이 진했다.
채끝은 안심보다는 확실히 기름진 맛이 더해지긴 했지만 역시나 초 고마블 와규 등심마냥 사르르 녹는 질감은 아니다. 하지만 전에 먹은 안심과는 다른 등심의 기름맛과 육향은 확실히 전해지는게 이떄쯤 되어서야 이게 이곳의 컨셉이구나 싶었다. 무조건 고마블의 한두점만 먹어도 물리는 고기보다는 각 부위의 특징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중간중간 이렇게 리프레시 할만한 메뉴가 나왔는데 첫 타자는 방어 가마살이다. 기름기 잘오른 가마살이지만 육고기의 육향에 이미 길들여진 후라 많이 느끼하지는 않았다.
꽤나오랜만에 먹는 치마살과 처음 먹어보는 안심추리다.
이렇게 한두점씩 비교하며 먹어보니 확실히 각 부위별로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그냥봐도 맛있어 보이는 굴. 깔린 육수까지 다 먹었다.
부채살은 중간의 힘줄때문에 개인적으로 비선호 부위인데 막상먹어보니 힘줄이 하나도 거슬리지 않고 고소한 기름맛과 야키니쿠 소스의 달달함까지 더해져 너무 맛있었다. 알고보니 굽기전에 힘줄을 일일히 잘라내고 구운거라고.
중간중간 잔이 빌 때마다 서버분이 콜키지 맡긴 와인을 채워주신다.
안창살과 토시살은 내장과 닿아있는 육향이 진한 부위이고 수입산을 사먹어도 만족도가 괜찮은 부위라 과연 고퀄한우는 맛이 어떨까 싶었는데 씹을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육즙의 진한 맛이 확실히 수입산보다는 한수 위다.
겉에만 살짝 익힌 삼각살 로스편채에 간장양념과 트러플을 넉넉히 갈아올리고 거기에 트러플 오일도 곁들인 요리. 재료만 봐도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기도 하지만 높은 기대에 부응했던 맛있는 요리.
나중에 단품으로 사서 제대로 먹어보고 싶다. 맛있긴한데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움. 빵은 식부관 것을 쓴다고 한다.
국물 좋고 고기 좋고 딱하나 아쉬운건 역시나 양이다. 이것도 다음에 기회되면 단품으로 먹어봐야겠다.
위쪽은 늑간살 아래는 갈비살이다. 그냥봐도 맛없을수가 없는 비주얼이고 실제로도 맛있었지만 이 좋은 갈비를 생갈비로도 먹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았다.
반상은 보리굴비와 사골국을 포함하여 각종 젓갈과 쌈채가 같이 나오는데 찬 하나하나 가짓수 채우는 용도로 나오는게 없다보니 배는 부르지만 밥이 부족해서 아껴먹었다.
구워진 갈비는 이렇게 쌈채위에 서빙되어 쌈으로 즐겨보기를 권장하는데 같이나온 파김치까지 곁들이면 기가막히게 맛있음.
이쯤되니 슬슬 배가고파 GG치는 손님들도 있고해서 원할경우 미트파이는 포장도 해 준다.
나도 배는 불렀지만 그래도 갓구워 나왔을때 먹어보고 싶어서 바로 먹었는데 안의 고기는 치즈까지 곁들여지니 마치 필리치즈스테이크 같은 느낌이고 겉면의 빵과 아주 잘 어울렸다. 이것도 나중에 하나 온전히 단품으로 맛보고 싶은 맛.
앵콜로 꽃등심이 나왔는데 새우살이 저렇게 크게박힌 꽃등심은 처음봤다. 이미 배는 터지기 직전이지만 그래도 맛은 봐야지.
먼저 알등심이 나오고 그다음에 새우살이 서빙되었는데 알등심맛도 좋지만 새우살은 지방의 달달함과 고소함이 끝내줬다. 유일하게 아쉬웠던건 이 좋은 고기를 코스 끄트머리에 먹다보니 이미 배가 부를대로 부른상태로 꾸역꾸역 먹어서 맛을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었던거다.
방문전에 봤던 후기에는 베트남식 쌀국수는 아니지만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끝내주는 맛이라고들 하길래 기대가 컸는데 막상 먹어보니 베트남식도 그렇다고 완전히 한국식도 아닌 애매하게 걸친 느낌의 육수에 평범한 쌀국수면이라 살짝 실망스러웠다. 이날 먹은 것 중 유일하게 기대에 못 미친 음식. 차라리 초반에 나왔던 갈비육수 같은데 면을 말아서 나왔으면 진짜 맛있었을 것 같다.
이미 배는 터질것같았는데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먹고나니 조금 진정되었다. 음식양도 많은데 과연 콜키지한 와인 두병을 다 마실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음식도 와인도 훌륭하다보니 결국은 다 먹게 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고마블의 살살녹는 고기로만 조져줄거란 예상과는 달리 각 부위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기들로 한우 각 부위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훌륭한 서비스와 공간 그리고 각 요리들 하나하나의 맛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35만원이라는 가격이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좀 더 가성비 좋은 단품위주로 적당히 먹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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