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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인 카이센동은 몇 년 전까지만해도 스시집에서 뒷주방 요리로 작게 나오는거 말고 단품으로는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그래서 일본에 가면 꼭 한 번 정도는 먹고 왔었는데 최근들어 카이센동을 파는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전문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카이센동을 파는 곳을 몇번 찾아다니다가 매번 실망한 뒤로 요즘은 일부러는 잘 가지 않는다. 실망한 이유는 사시미의 퀄리티도 있지만 그것보다 충격적이었던게 모든 가게가 카이센동이라고 메뉴에 올려놓고 실제로는 찌라시 스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둘은 완전히 별개의 음식이다.

카이센동은 말 그래도 해물 덮밥이니 맨밥에 사시미가 올라가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카이센동이랍시고 파는 것을 먹어보면 100% 초대리를 한 샤리위에 해물을 올린 찌라시 스시가 나온다. 그럴거면 메뉴판에 카이센동이 아닌 찌라시 스시라고 써놔야지!!! 심지어 판교의 유명한 모 일식집은 심지어 형식까지 100% 찌라시 스시를 당당히 카이센동으로 메뉴에 올려놨는데 대체 일본에서 카이센동을 한번이라도 먹어보긴 한건가 싶을 정도다.

국내 소비자 취향이 초대리한 달고 신맛을 선호해서 전부 그리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나는 그냥 맨밥위에 사시미 올린 카이센동이 먹고 싶다. 시고 단맛이 없는 말그대로 플레인 라이스에 사시미를 곁들여 먹는 그 맛은 스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

이번에 방문한 청담 DON은 일본 조리학교 유학파 출신들이 차린 가게라고 소개도 되어 있고 당당히 카이센동을 주력메뉴로 하고 있는 곳이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로 방문 해봤다. 

 

입구에 있는 입간판


언제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벤트 중


일본 요리학교 유학생들이 흰쌀밥의 맛까지 허투루 하지 않고 만드는 곳이라고 하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어디어디 유학했네 어느 호텔 출신이네 어느 가게 출신이네 하는 스펙에는 하도 낚여봐서 별로 믿음은 안 가지만 한번 더 속아보는 수 밖에. 오사카 구로몬 시장을 가면 늘 먹었던 삼색동도 땡기긴 하는데 첫 방문이니 시그니쳐 메뉴인 청담 카이센동(23,000원)으로 선택했다.


메뉴는 카이센동 위주로 사시미나 이자카야 메뉴들도 조금 갖추고 있다. 영업시간만 봐도 식사손님만 노리는 건 아닌듯


참이슬이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좋다.


카이센동만 먹기는 심심할까봐 카니 미소야끼와 카키 후라이도 주문


단촐한 셋팅


오픈초기라 그런지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다.


카이센동 맛있게 먹는법

근데 뭐 카이센동이 재료빨때문에 비쌀뿐 고급 음식이라고 보기는 힘든데 걍 이런데 구애 받을 것 없이 본인 취향대로 먹어도 된다고 생각함

다만 여기서 살짝 쌔한 느낌이 든게 

"3. 회와 밥을 스시처럼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 이 문구다.

스시처럼???? 설마...아니겠지...


실내 전경

동네가 동네이니 만큼 인테리어도 신경을 쓴 편


서비스로 나온 연어 셰비체

연어 회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광어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맛은 의외로 서비스로 나온것 치곤 퀄리티 있었다.


카이센동 한상

쟁반에 한상 차려나왔다. 보통 일본에서는 김도 카이센동 그릇에 꽂아서 딸랑 카이센동만 나오거나 야채절임정도 나오면 다행인데 가리비가 들어간 장국에 자완무시, 디저트까지 한상에 차려나오고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간장 종지까지 따로 나온다. 차림새 하나만큼은 현지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연어, 광어, 청어, 눈다랑어 뱃살, 문어, 아카미, 새우, 관자 계란, 황새치 배꼽살, 방어, 연어알, 날치알 정도의 구성인데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나 막상 먹으면서 하나하나 보니 가격대비 그리 좋은 구성이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제품을 사다가 그대로 올린 것도 몇가지 있었고 사시미들의 숙성상태도 별로여서 회가 맛이 그저그랬다. 특히 황새치 배꼽살은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참다랑어도 힘줄 부분때문에 그리 즐기지 않는 부위인데 황새치는 참다랑어보다도 훨씬 질겨서 이걸 먹으라고 준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밥은......

다른가게들에 비해 아주 약하게 하긴 했어도 초대리된 밥이다.

즉 여기도 찌라시 스시를 카이센동으로 판다.

밥이라도 맨밥이었으면 다 이해해 줄 수 있었는데 밥까지 배신때리니 카바쳐줄게 없다. 사실 여기 오기 전 까지만 해도 카이센동 그까이꺼 사시미 대충 떠서 밥에 올리기만한 재료빨 99%의 음식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카이센동 먹을때도 재료빨만 보고 고르면 딱 기대한 만큼의 맛을 내주는 음식이기도 했고. 근데 여기서 카이센동을 먹고 난 느낌은

야...이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

그렇다....그동안 내가 오만하게도 카이센동이라는 음식을 개나소나 만들어도 되는 재료빨로 승부하면 되는 음식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기보다 맛없는 카이센 동도 분.명.히. 존재했다. 


카키 후라이는 의외로 푸짐하게 나오고 맛도 그냥저냥 ㅍㅌ 정도는 쳐 준다. 사실 주문할때는 동네가 동네니 만큼 이거 반정도 나올거라 예상하고 주문한거라 좀 놀라긴 했음. 근데 여기 음식나오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오픈 초기라 안정화가 덜 된건지는 모르겠으나 되도록 첫 주문시에 한번에 주문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찌라시 스시(?)에 배신당하고 카키후라이에 살짝 회복되었다가 회복할 수 없는 카운터를 날린게 이 카니미소야끼다.

카이센동에도 게가 올라가고하니 설마 시중에서 파는 제품이 나올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게장과 게다리살 모두 시중에서 파는 통조림이다. 게다리는 말라비틀어져서 씹을 것도 없고 게장은 통조림 특유의 조미된 맛이 강하다. 그러고보니 카이센동에 올라간 집게다리도 시중에서 파는 냉동품인 것 같고 먼저 나온 굴 튀김도 반조리 제품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플레이팅만 고급스럽지 음식의 퀄리티는 일본도 아닌 그냥 국내 프랜차이즈 이자카야 수준. 나머지 메뉴들은 안 먹어봐도 어떻게 나올지 뻔히 예상된다.


가게 입구의 수조

수조는 우리집에 갖다놓고 싶네. 이런 물생활이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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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토세 공항 JR창구에서 7일간 쓸 지정석을 무더기로 발권하고 삿포로 시내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항급행은 지정석만 특급열차급 차량이고 자유석은 벤치시트도 있고 지정석 같은 독립시트도 섞여있더라

삿포로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만 맡기고 다시 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오타루에 도착해서 역전으로 나와보니 대로를 따라 저 앞에 바다가 보인다


뒤돌아서 본 오타루역


운하보러 내려가다보니 폐선로가 있는데 뭔가 역사깊은건가보다 안내문도 있는거 보니


한참을 내려와 드디어 만난 오타루 운하


마침 해질녂이라 분위기도 좋고 영화 러브레터도 생각났다


오타루에 온건 삿포로로 돌아가는 열차를 환승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렇게 된거 역 옆에 붙어있는 삼각시장에도 가본다

삼각시장은 말그대로 시장 전체 모양이 삼각형인 아주 좁고 작은 시장이다


장보러온 현지인들도 많고 접근성이 좋다보니 관광객들도 많다

먹음직스런 북해도산 해산물들이 가득함


그중의 한 식당을 골라 들어왔다

메뉴가 많지만 친절하게 사진이 다 있으니 일본어를 몰라도 주문은 어렵지 않을듯

맘 같아선 먹고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저녁늦게 스시집에 가야하므로 일단 맥주부터 한잔 달라하고 식사는 간단히 주문했다


가게 내부 분위기는 이러함

식사시간으로는 살짝 애매한 타이밍이었음에도 내가 앉은자리 외에는 만석이었으니

시간대 잘못맞추면 대기가 꽤나 있을것 같다.


내가 주문한 카이센동 정식

된장국은 게가 들어간걸로 업그레이드 했다. 그랬더니 게살포크까지 주긴하는데 게가 살 쪽 빠진 물게라 살은 발라먹을것도 별로 없고

거의 국물내기 용도였다. 맛있긴 한데 추가금을 내고 업그레이드 할 정돈 아닌듯 연어는 어차피 북해도 산도 아닌 노르웨이산이라

다 아는 그맛이고. 돈부리는 게살이 푸짐하게 올라가 맛있었다.


카이센동이야 재료빨이 99%인 음식이라 보이는 맛 그대로다. 내가 만들어도 모양만 빼면 99%동일한 맛일텐데.

어쨌든 여행중에 저렴하게 한끼 때우기는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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