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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시를 처음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여기저기 좋다는 스시집들을 다녀보곤 했는데 일본의 스시집들을 경험하고 난 뒤에는 국내 스시집들은 가성비도 떨어지고 딱히 꽂히는 곳도 없어서 요즘은 김수사만 다니게 된다. 십여년 전 처음 방문 했을 때도 좋은 재료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미 수많은 블로거들이 빨아주고 매일같이 만석인 인기가게였는데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려는 사장님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지금은 단순히 가성비가 좋은 가게를 넘어 절대적인 요리수준도 훌륭한 가게가 되었다. 솔직히 그때 그 수준으로 쭉 이어 왔어도 가격을 생각하면 전혀 불만 없었을 것 같은데 가격은 십년째 제자리임에도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니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이렇게 줘서 남는 건 있으신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 정도다.

거기다 김수사는 콜키지 프리(단, 가게에서 판매하는 주류 제외)라는 업주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정책까지 하고 있다. 가성비도 극강인데 술 팔아서 남는 것도 별로 안될 것 같아 쓸데없는 걱정이 배가 된다. 덕분에 집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있는 좋은 술들을 좋은 요리들과 먹을 수 있어 나는 좋지만. 사실 콜키지 프리업장도 암묵적으로는 가게에서 취급하는 술은 안 가져오는 게 불문율인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국산 희석식 소주를 사오는 경우까지 있다 보니 가게에서 판매하는 주류는 반입 금지로 정책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기본셋팅


이날 지참한 술은 닛카위스키에서 나온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인 다케츠루다. 얘도 원주 품귀로 숙성년 표기제품은 절판되고 NAS만 판매 중이다. 창업주인 다케츠루 마사타카가 테이스팅 하는 모습이 오른쪽에 그려져 있다. 라벨 디자인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잘 만든것 같다. 천엔 이상 비싼 싱글몰트인 요이치나 미야기쿄의 라벨 보다는 훨씬 낫다.


뒷면에는 다케츠루와 그의 부인 리타와의 이야기 그리고 간단한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있다.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를 닛카에서는 퓨어몰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사실 블렌디드라고 해봐야 닛카가 소유한 2개의 증류소인 요이치와 미야기쿄 2군데의 몰트위스키를 블렌딩 한거라 스카치 위스키 처럼 다양한 증류소의 원액이 블렌딩 된 것은 아니다. 싱글몰트 요이치가 워낙 훌륭했기에 다케츠루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근데 막상 테이스팅을 해보니 그레인 위스키가 섞인 일반 블렌디드 위스키 뺨치게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긴 한데 그게 전부다....몰트위스키에서 기대하는 강렬한 향과 맛이 잘 안 느껴졌다. 솔직히 좀 실망스럽긴 했는데 2500엔도 안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내 기대가 너무 과했나 싶기도 하고...전에 증류소에서 21년을 먹었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NAS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기대보다는 못해서 고숙성이 다시 풀리면 그거나 다시 마셔보고 NAS는 굳이 다시 구입할 일은 없을 듯.


위스키를 가져오니 온더락 셋팅에 스트레이트 잔까지 무료로 준비된다.

 


시작은 게살에 내장을 섞은 건데 어디서 먹어도 맛없을 수 없는 검증된 조합


마+고노와다

찐득한 식감때문에 마를 그리 즐기지는 않는데 고노와다와 함께라면 언제든 환영


도미 뱃살

숙성이 적당해서 식감과 감칠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재첩과 바지락이 든 스이모노

보기만 해도 해장이 될 것 같은 비주얼만큼 시원한 맛


시오곤부를 올린 광어

감칠맛 끝판왕인 시오곤부를 광어에 올렸는데 광어의 쫄깃한 식감과 염장다시마의 감칠맛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황홀한 맛이다.


간파치 가맛살

기름이 잔뜩 올라 소금살짝 찍어먹으면 엄청 달다.


여름횟감의 제왕인 민어

한점은 참치 내장젓을 올려서 비교 테이스팅을 할 수 있게 나왔다. 민어회 못 먹어본지도 쫌 되었는데 간만에 찰진 민어회를 먹으니 그래 이 맛이 민어였지 싶다.


껍질만 익힌 삼치

은은히 퍼지는 불향이 좋았다.

 

참치 중뱃살과 등살

언뜻 봐선 생참치 같을 정로도 해동이 잘되었다.


시메사바와 청어알, 단새우, 문어, 전복, 니싱마끼(전갱이인가....)등 화려한 모듬 플레이트가 나왔다.


긴 츠마미가 끝나고 스시가 나왔는데 이게 뭐였더라...삼치였나...여튼 스시도 십여년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도미 뱃살 스시


시메사바안에 샤리를 채우고 위에는 백다시마까지 올려서 김으로 싸서 나온 스시

재료들이 워낙 좋다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데 맛도 맛이지만 그냥 대충 줘도 불만 없는데 계속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는 게 반가울 따름 

민어전과 부레구이

민어전도 맛있지만 역시 민어는 부레가 빠지면 섭섭한데 이렇게 익혀서는 처음 먹어본다.


후또마끼

어느 스시야를 가든 후또마끼 마는 걸 보면 저걸 어떻게 안 터뜨리고 저렇게 잘 말 수 있는지 신기하다.

새우 야채 버터구이

동네 횟집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는 메뉴가 나온게 살짝 의외였지만 술안주로는 딱 좋다. 날 것 위주로 먹다 따뜻한 음식이 나와서 더 그런 듯.


새우와 꽈리고추 덴뿌라

전에는 고구마도 나왔는데 사실 이 정도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가 불러서 고구마는 안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는 고구마 튀김이 맛없는 건 아니었지만 덴뿌라 전문점의 고구마 튀김 레벨 정도라 꼭 먹어봐야 할 정도는 아니니 빠진 게 현명한 결정이라 본다.

소바

우동이 나올 때도 있고 소바가 나올 때도 있는데 이날은 소바. 양은 아주 적지만 이미 배가 터질 것 같기에 맛을 보는데 의의를 두면 이 정도 사이즈가 딱 좋다.

술이 남아 부탁드린 불질한 엔가와


단새우와 우니

역시 검증된 조합인 단새우와 우니인데 북미산 우니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룸으로 자리를 잡으면 정형화된 공식대로 음식이 나가는데 반해 카운터석에 앉으면 사장님이 손님 취향이나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주는 게 달라져서 같은날 방문해도 나온 재료들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배터질 때까지 먹여주는 컨셉이라 양으로 섭섭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근데 나중에 사진으로 돌이켜 보면 별로 안 먹은 것 같은 건 왜일까..... 

이날 주문한 메뉴는 9만원짜리 특사시미였고 상세메뉴는 아래링크 참조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sm=top_hty&fbm=1&ie=utf8&query=%EA%B9%80%EC%88%98%EC%8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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