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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만한데 없나 싶어 인스타를 뒤지던 중 믿기지 않는 곳을 발견했다. 저녁기준 츠마미만 20가지 가까이 나오고 스시도 10피스가 넘게 나오는데 고작 6만원!!!

그렇다고 퀄리티가 아주 나빠보이는 것도 아니고 사진상으로 예상되는 정도의 퀄리티라면 이건 말이 안되는 가격이다. 그동안 가성비로는 김수사 보다 좋은 곳은 있을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눈으로 보기엔 리즈시절 김수사 씹어먹고도 남는 가성비여서 일단 무조건 가봐야지 하고 에약 전화를 걸었는데...

주구장창 통화중이다;;;;; 아마 쏟아지는 예약문의 때문에 영업중에는 수화기를 아예 내려놓는 것 같다.

그래서 뷁끼타임을 노려 전화했는데 몇번의 통화중 끝에 간신히 연결되었고 다행히 당일 예약이 되어 퇴근 후 바로 ㄱㄱ


입구샷

구 성남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주변 상권이나 입지부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나중에 알았지만 그냥 사장님이 근처에 살아서 여기 개업한거라고) 영어로 표기한 간판이며 미니라는 이름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왠지 스시 오마카세집이라고 하면 가격대를 떠나서 입구는 나무재질에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어있고 간판은 흰바탕에 한자로 "小" 한글자 적혀있거나 히라가나로 すし しょう 정도 적혀있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는데 여기는 외관만 봐서는 흔한 동네 1,2만원대의 캐주얼한 스시집 같아 보인다.


영업시간 및 가격 참고

가격표가 따로 문옆에 붙여진거 보니 아마도 초창기에는 저렴이 초밥집으로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가격보고 투덜대며 나간 손님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디너는 원래 2부제로 하다가 19시 1부만 진행하는데 그래서인지 정시 도착해보니 이미 모든 셋팅 완료다.

밑반찬류는 의외로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는데 굳이 안먹어봐도 시판제품인 티가 나서 내가 좋아하는 우엉만 몇개 집어 먹었다.


카운터 건너편으로는 이타마에 두분이 열심히 재료 손질 중이고 사장님은 이날 뒷주방과 서빙을 전담하셨는데 워낙 입담이 좋으셔서 혼자 갔음에도 매우 식사내내 매우 유쾌한 시간이 되었다. 혼자가서 이렇게 즐겁게 스시를 먹어본 건 도쿄의 스시 유우 외에는 처음이다.

 

스타터는 자완무시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별다른 부재료가 안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새우와 버섯등이 들어가 있어서 살짝 놀람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8000원)

시작은 오랜만에 먹는 프레몰이다. 간간히 일맥이 있는 마트에도 프레몰은 없던데 소매쪽은 아예 접은건지...


목이 & 오이 초무침

의외로 꽤나 정석적인 스타터가 나왔다.


생크림두부 + 깨소스

생크림 두부라는 걸 여기서 처음 들어봤는데 두부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얼린 생크림 같은 질감이다.


방어

간만에 먹는 방어다. 물이 잘 올라서 등살임에도 맛이 괜찮았음


가쓰오(였던 듯?)

다녀온지 몇주 되었더니 뭔지 까먹었다. 겉부분을 훈연해서 살짝 스모키함


도미(였을거다...)


도미

위에 올려진건 참치내장젓갈


메지마구로

성체만큼 진한 맛은 없지만 깔끔한 맛이 좋았음


전복 + 게우소스


이소베마끼

안에 들은 생선은 청어였던 듯


도쿠리(8000원)

어떤 사케를 쓰는지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뭐라뭐라 이야기 해주시는데 사알못인 내가 듣는다고 알리가 있나....알아듣는 척하고 달라고 했다. 근데 받아보니 일단 도쿠리 사이즈에 깜놀이다. 내가 알던 그 사이즈가 아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가늠이 안되지만 일반 일식집에서 쓰는 도쿠리 용량의 최소 두배쯤은 될 것 같다. 덕분에 마셔도 마셔도 계속 나오길래 신기해서 얼마나 남았는지 도쿠리 안을 계속 들여다 봤더니 술이 모자른데 차마 추가주문은 못해서 아쉬운 것으로 보였는지 사장님이 모자르면 리필해 줄테니 맘 놓고 마시란다. 세상에 술 모자르면 더 주겠다는 스시집 사장님은 태어나서 두번째네....

물론 그걸로 충분해서 정중히 사양했다. 모자랐어도 리필 받았으면 양아치지... 

아...사케 맛은 크게 모난데 없이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밍밍했다. 알콜도수도 낮은편인듯.

 

시메사바

비린맛 없이 감칠맛 가득


참치 뱃살

참치 퀄은 좋다고 하긴 뭐한데 가격을 생각하면 나오는 것 자체가 대단한거다.


스이모노

국물이 나온거 보니 끝날것 같지 않았던 츠마미가 끝나고 이제 슬슬 스시타임 인듯


문어

스시타임 인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음.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가리비 관자


안키모

솔직히 한두개 더 나오고 스시 나올 줄 알았는데 츠마미가 계속 이어진다.


참치뱃살구이


하모구이

여름도 아니고 겨울초입에 하모를 만날 줄이야. 근데 역시 하모는 사시미나 샤브가 딱 인 것 같다. 양념발라 구우니 아나고와의 격차가 확 줄어들면서 하모만의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이다. 내 취향에는 양념구이는 민물장어, 소금구이는 아나고, 샤브나 찜은 하모가 딱이다.


피조개


장국

장국 나온거 보니 이제 진자 레알 10000% 스시타임 인것 같은데 문제는 츠마미를 넙죽넙죽 받아먹다보니 이미 배가 부르다는거


도미


방어

샤리와 네타사이에 발라서 보이지는 않지만 여기서도 방어에는 와사비 대신 간마늘을 쓰던데 코미치에서 처음 봤을땐 되게 독창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도 마늘을 쓰는거 보니 방어에 마늘을 쓰는게 뭔 유행인가보다. 최근에 스시야를 잘 안다녀서 나만 몰랐던 거 같다.


참치속살


참치 뱃살

쥬도로에는 센스있게 간장대신 소금을 뿌려 나온다.


훈연삼치


학공치


방어


미니 카이센동


네기도로 마끼


새우


아나고


박고지

내가 주로 다니는 국내 중저가 스시집에서는 간뾰마끼를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좋아하진 않아도 오랜만이라 반갑기는 하다.


교꾸


소면


디저트


6만원에 이정도 구성이 가능하다는게 정말 어메이징 한 곳이다. 그렇다고 재료의 질이 크게 떨어지느냐? 그것도 아니다. 당연히 비싼 스시집들 대비해서는 재료의 질이나 조리의 디테일이 조금 못한건 사실이지만 먹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내 기준의 맛의 절대치 허들은 충분히 넘는 수준. 이런 곳은 평론가 빙의해서 와 가지고 초 집중해가며 재료가 어떻고 손질이 어떻고 할거면 안 오는게 맞다. 그냥 잡스런 것은 집어치우고 맛있는 안주에 사장님 입담까지 곁들여 유쾌하게 술한잔 한다는 마음으로 오면 지불한 돈의 두배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절대치로도 나쁘지 않고 가성비로는 국내 최상급에, 접객도 좋으니 깔만한게 하나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예약난이도가 극악이라는게 유일한 단점이라 처음으로 현장예약까지 하고 나왔다. 아마 다음번 방문 때도 현장예약을 하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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