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거 먹고싶다

무려 5년만에 다시 찾은 하쿠슈 증류소. 처음에 왔을때 도쿄에서 거리도 꽤 되고 JR고부치자와역에서 증류소 셔틀도 안다닐때라 택시타고 왕복하고 해서 다시 오지는 말아야겠다 했는데 증류소 리뉴얼도 하고 증류소 한정판도 탐나고 해서 재방문 한건 아니고....3일전에 급 꼴려서 도쿄행 항공권 예약하고 도쿄 와이드패스까지 샀는데 딱히 갈만한데가 안보여서...

2019년의 첫 방문기는 여기

신주쿠역에서 특급열차로 대략 2시간쯤 걸리는 고부치자와역에 도착해서 역전으로 나와보면 사진 반대쪽인 왼쪽끝에 하쿠슈 증류소행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처음왔을땐 주말이나 성수기만 운행을 해서 택시를 탔었는데 지금은 매일 다니는듯.

버스를 타니 나이 지긋하신 가이드분이 약 15분정도 가는 내내 만담을 하며 분위기를 돋궈주시고 미리 설문지도 나눠주고 작성하게 한다. 도착해보니 예전에는 놀이공원 매표소 같은 목조건물 안내소였는데 이젠 번듯하게 지어놨네?

줄서서 안내데스크에서 예약확인을 받고 출입증을 받아 들어가본다.

안내소를 나와 조금 올라가보니 옛날엔 그냥 숲속 산책로 같은 길을 한참 올라갔던 것 같은데 버드브릿지라는 육교가 설치되어 있고 육교를 건너 내려가보면

이렇게 데크까지 설치된 멋들어진 길이 이어진다.

한 5분쯤 가다보니 저 멀리 증류소 건물들이 보인다.

일단 이번에 예약한건 생산공정이나 테이스팅이 빠진 그냥 박물관과 기념품점만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바로 기념품점부터 털러간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은 생략했는데 위스키는 하쿠슈 NAS와 300ml짜리 증류소 한정판 원주보틀 그리고 증류소 특별판 180ml짜리 보틀중 한개만 구매 가능하다. 그래서 증류소 한정판 보틀과 안주거리 조금 사서 나왔고

박물관을 슬쩍 들어가보니 딱히 바뀐것도 없고 해서 바로 내려옴

근데 분명 흡연장이 증류소 어딘가에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도저히 못찾겠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증류소 전체가 금연이란다 ㄷㄷㄷ. 아마 리뉴얼하면서 흡연장을 아예 없애버린듯한데 야마자키 증류소도 5월에 갔을때만해도 있었지만 이미 없어졌거나 곧 없어질지 모르겠다.

예전의 자그만 바는 없어지고 커다란 유료시음장이 생겼는데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오래된 바 느낌이었던 예전이 분위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들어가면 키오스크에서 주문부터 선결제로 하고 번호뜨면 받아가는 시스템인데 만석이면 입장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날은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만석이라 자리 날때까지 잠시 기다린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첫번째는 하쿠슈 12년 테이스팅 셋트 그리고 2번째는 증류소 한정판들과 전날 샀던 히비키 24년 특별블렌딩 버전을 맛보고 나왔다.

느긋하게 앉아서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었지만 기념품점에서 너무 오래 죽치고 있기도 했고 여기 들어오는데도 시간을 좀 지체해서 적당히 앉아 있다가 셔틀버스 시간맞춰 나와 버스타고 다시 JR고부치자와 역으로 돌아왔다.

리뉴얼도 하고 셔틀버스도 매일 다녀서 좋긴한데 기본적으로 도쿄에서 왔다갔다하는데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은데다 흡연장도 없어지고 특히 이번엔 주말이라 사람도 너무 많고 식당도 미리 예약안하면 대기시간이 엄청나서 점심식사도 거를수밖에 없었기에 어지간해서 다시올일은 없을듯하고 다시 온다해도 주말이나 휴일은 피해야겠다.

하치오지에서 니보시이와시 라멘엔에 들러 라멘을 먹고 산토리위스키 하쿠슈 증류소에 가기위해 다시 특급 열차를 타고 한시간 반정도 달려 야마나시현의 고부치자와역에 도착했다.

건너편의 보통열차를 보니 시골에 왔구나란게 확느껴진다. 고부치자와역은 특급열차도 일부는 통과하는 크지 않은 역이다. 산골에 오니 확실히 기온이 확 내려가서 도쿄보다 훨씬 추웠다.

역 1층에는 지역 특산물 매장이 있는데 덴뿌라집에서 봤었던 제철재료들이 눈에 띈다

비수기에는 주말에만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하는데 10~15분정도 소요되고 택시요금은 갈때 2000엔 돌아올땐 2300엔 정도 나왔다. 프리우스 택시는 전에도 타보긴했는데 워낙 단거리에 공항버스 놓칠까봐 허겁지겁 탄거라 기억도 잘 안나고 이번에 느긋하게 타보니 좁다. 천장도 낮고 뒷자리도 좁아서 내내 불편했다. 택시는 역시 각진 도요타 크라운이나 닛산 세드릭 택시가 승객한테는 훨씬 편하다.

입구에서 예약확인을 하고 명찰과 가이드북을 받아 올라간다.

길옆에 도랑이 있는데 물이 엄청 맑고 깨끗해 보였음. 역시 술공장은 일단 물 좋은데가 최우선인가...

트윈 파고다 루프가 인상적인 위스키 박물관이다. 파고다 루프는 전망대로 쓰이고 있고 1층은 견학 대기장과 산토리 역사관, 전시장이 있고 2,3층은 위스키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박물관 소장품은 본진이라고 볼 수 있는 야마자키보다 훨씬 볼게 많았다. 

일단 바로 기념품 샵부터 털러간다.

싱글몰트 하쿠슈 NAS

다른 후기에는 이것도 없었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운이 좋았던건지 이제 물량부족이 조금은 해소가 된건지 인당 한병 한정이긴해도 세병 남아있었다. 사실 들어가서 입구부터 천천히 보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오더니 여기로 안내하고는 지금 나와있는게 전부니 사려면 빨리 집으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증류소 한정 위스키

야마자키와 패키징은 완전히 동일하다. 이것도 1인 1병만 구입가능

쇼핑을 마치고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가니 견학 참가자분들이 대기장에 많이 있었는데 평일이라 노인과 외국인이 대부분 포트스틸 뒤편이 산토리 역사관이다.

견학이 시작되면 여기 앉아서 소개영상부터 보고 지나간다.

중간에 산토리 위스키의 증류소는 여기 하쿠슈 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요? 라고 퀴즈같은걸 내길래 내가 맞췄는데 암것도 안주더라

산토리위스키의 역사와 대표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29년 발매된 산토리 최초의 위스키 시로 후다

폭망해서 산토리 창업자인 토리이 신지로와 훗날 닛카위스키를 창립하는 당시 산토리 위스키 공장장 다케츠루 마사타카의 사이가 더 벌어지게 만든 물건인데 병입을 몇년도에 했는지는 몰라도 최초 발매기준으로는 90년전 위스키라 병 아래쪽에 1,2 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다. 병입한 채로 보관해도 백년 가까이 되면 거의다 증발하나 보다.

현재도 하이볼용으로 절찬판매중이고 일본 전국 어느편의점 슈퍼에서나 볼 수있는 메가히트 장수상품 가쿠빈

이것도 80년 정도되니 3/4이상이 날아가 버렸다. 병입을 했다고 해도 10년이상은 보관 안하는게 이득인거 같다.

얘는 앞에계신 선조분들에 비하면 그나마 젊은(?) 환갑정도된 로얄이다. 젊어서 이제 1/3정도밖에는 안 날아 갔네

이쪽은 하쿠슈 증류소의 제품들인데 NAS부터 25년 그리고 특별판들이 전시되어 있다.

증류소가 1973년 만들어졌으니 보관창고의 가장 오래된 원주는 40년을 훌쩍 넘은것도 있을듯

산토리의 역대 마스터 블렌더들

피트향을 약하게 입힌 몰트 위스키

색이 제일 연하다.

제일 무난한 화이트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황금빛이 아름답네

쉐리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쉐리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에 숙성해서 색이 엄청 진하다.

피트향을 진하게 입힌 위스키

아마 이 4가지 원주가 하쿠슈를 만드는데 쓰이는 주재료 인듯

상받은거 자랑도 되어있고

산토리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위스키 브랜드들인데 의외로 스카치나 버번쪽도 산토리 소유인게 쫌 있었네?

2층은 위스키 박물관인데 주로 스코틀랜드에서 공수 한듯한 각종 위스키 관련된 물건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실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바를 재현해 놓은곳인데 전시만 하고 실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산토리 역사도 전시되어있음. 야마자키에서도 지겹게 본 오늘날의 산토리가 있게 해준 아카다마 포트와인

견학은 1층의 스크린으로 소개영상을 보고 가이드 인솔하에 바로 제조동으로 옮겨가서 진행되는데 건물 들어오자마자 맥즙 발효향이 확 풍기는게 술공장이 맞구나 싶다.

위스키의 주재료인 보리와 피트

왼쪽통은 보리고 오른쪽통은 발아가 진행된 맥아 그리고 가운데 돌덩이 같은게 피트

술만드는데는 물이 존나게 중요하다 이말이여~~

맥즙 탱크

얘도 야마자키에서 다 본거고....

저 탱크안에서 맥아와 물을 섞어서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1차 발효시킨다.

탄수화물이 당분으로 분해가 되면 당분을 다시 발효탱크에서 알코올로 발효시킴

발효탱크 뚜껑에 투명 아크릴창을 달아서 안을 볼수 있게 해놨음 거품이 보글보글 끓고 있더라

발효탱크는 전부 목재다. 관리는 힘들어도 미생물이 자라기는 이쪽이 좋을테지

증류기들

발효가 끝나면 증류를 하는데 보다시피 증류기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증류소간 원액거래가 쉽지않은 일본 특성상 한 증류소에서 여러가지 원액을 생산하고자 그런거 같다.

증류된 원액을 블렌더가 시음하는 모습

그다음은 저장고인데 오크배럴을 분해해서 전시해 놨다.

오크배럴의 종류에 따른 크기 비교

오크통을 만드는데 쓰이는 참나무 단면인데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 지름이 1.5미터는 되어보였음

그리고 들어간 저장고

규모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 야마자키는 다른창고는 몰라도 견학시에 보여주는 저장창고는 전통적인 3단 쌓기였는데 여기는 현대적인 철골구조물로 되어 있다.

각 배럴 뚜껑에 있는 번호에 담고있는 원주에 대한 정보가 있나보다

숙성년수에 따른 원주손실분을 보여주는 건데 20년쯤 되면 거의 반가까이 줄어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음시간

구성도 야마자키와 동일한데 차이가 있다면 민트잎이 추가되었네

먼저 증류소 입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한잔씩 테이스팅을 한다. 왼쪽부터 1번 : 화이트 오크 캐스크, 2번 : 피트향을 약하게 입힌 것, 3,4번 : 싱글몰트 하쿠슈

안주는 열차에서 먹다남은 견과모듬으로 대체하고 이것들은 개봉안하고 가져왔다.

화이트 오크 캐스트에서 나는 향과 맛에 대한 설명

피트향을 약하게 입힌 위스키의 향과 맛

싱글몰트 하쿠슈의 테이스팅 노트

하이볼을 만들 시간이 되자 얼음통이 배달되고

가이드 지시대로 하이볼을 만들어 본다

아까의 민트잎은 하이볼을 위한 것

증류소 위치부터 산기슭에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이라 그런지 위스키도 병색깔 처럼 청량한 느낌이 강하다. 하이볼용으로는 야마자키보다 나은것 같음. 민트잎도 위스키 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시음장을 나오면 아까 들렀던 기념품 샵인데 역시나 아까 남았던 위스키들은 모두 팔리고 없었다. 견학전에 미리가길 잘했음

시간만 넉넉했으면 유료시음바에서 두세잔이라도 맛보고 싶었으나 열차시간때문에 구경한 하고 나왔다

메뉴판

어차피 여기서 파는건 다음주에 갈 야마자키 증류소에서도 팔기 때문에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

아래쪽에 있는 카페겸 식당도 위스키 한잔 주문하고 느긋하게 요리라도 하나 먹고 싶었는데 그냥 밖에서 구경한걸로 만족하고 나왔다. 역으로 돌아가려면 박물관이나 기념품샵의 직원에게 미리 택시를 요청해서 20~30분전에는 불러야 한다. 마지막 견학 입장이 끝나면 입구쪽 안내소가 문을 닫아서 내려가서는 택시 부를수가 없음.

증류소 홈페이지는 여기------->https://www.suntory.co.jp/factory/hakus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