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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야오토가 문닫지 않았다면 저녁은 히가시 히로시마의 사이조로 이동해서 양조장 한바퀴돌며 무료시음하고 저녁에는 스시야 오토를 갔겠지만 스시야 오토가 폐업한 관계로 이제는 더이상 사이조를 갈 일은 없을듯하다. 그래서 저녁에 갈만한 곳을 찾아보다 가격은 스시야 오토보다 훨씬 비싸지만 히로시마 유일의 미쉐린 3스타를 받은 기세츠노료리 나카시마를 예약했다. 이곳의 오너쉐프도 오사카의 츠지조리학교 출신인데 이 학교에 한국인 유학생도 꽤 많다고 들었건만 왜 국내에는 이학교 출신 유명쉐프가 없는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만 모르는 거 일수도...

스시야 오토보다 훨씬 비싸다고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스시야 오토가 미쉐린 별받은데 치고는 말도 안되게 저렴했던거고 더군다나 여기는 3스타니 1스타인 스시야 오토보다 비싼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내가 가는 식당이 대부분 그렇듯 이곳 나카시마도 3스타 치고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가격만 놓고보면 1스타 식당과 별차이 없는 수준 역시 가성비충인 내가 가려고 맘먹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참고로 이곳은 디너만 영업하는 단일코스 메뉴이고 15000엔인데 세금하고 봉사료 붙으면 대충 17000엔 정도다. 1스타도 디너에 15000엔 넘는데가 수두룩 한데 3스타가 이가격이면 무조건 가봐야지.


가게홈페이지는 여기 ------- http://nakashima-ryori.com


가게 전경

히로시마역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신하쿠시마역에서 설렁설렁 걸어 10분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외관은 엄.근.진. 워크인은 받지도 않지만 시도도 해볼 생각 안드는 외관이다. 예약은 개점시간인 6시에 해서 가게앞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주변을 서성이다 6시 땡 하자마자 들어갔는데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네??? 단골이라 먼저 받아줬나보다.

 

첫 요리는 바지락 스프

바지락 외에도 키노메, 버섯, 콩이 들어가 있는데 걸쭉하게 내온 다시가 일품이다. 본격적인 식사 전 위장을 따뜻한 국물로 코팅해주는 듯한 느낌


여기서도 첫잔은 생맥이다 잔도 고급스러움

요리외에는 촬영금지라 내부사진은 못 찍었지만 카운터 7~8석에 4인 룸이 뒤편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인데 인테리어를 리뉴얼한지 1년 남짓이라 아직까진 새 가게처럼 깔끔했다. 오너쉐프가 요리를 전담하고 사모님이 오카미(여주인)역할, 그리고 서빙보조 여종업원이 한명 있었는데 오카미상과 여종업원은 매우 친절하고 묻지 않아도 이것저것 챙겨주고 물어봐주는 반면 오너쉐프는 내가 본 요리집 사장님들 중에 최고로 과묵했다. 들어 올 때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본인 할 일만 집중해서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맘에 안드는건가란 생각이 들 정도. 그래서 처음에는 꽤 불편했는데 그 뒤로 다른 손님들 들어와서 대하는 걸 보니 나랑 별반 차이도 없고 단골 손님인 듯 한 손님이 말을 걸자 마지못해 한마디 대답하는거 말고는 한번도 본인이 먼저 친목질을 시도하지는 않아서 그때서야 내가 오해했구나 싶었다. 원래 과묵한 성격에 친목밴 컨셉인듯.

다음은 사시미 타임

사시미는 성게, 오징어, 자연산 도미이고 흔한 재료들이라 안 먹어봐도 아는 그 맛이지만 재료의 질은 확실히 좋은게 느껴진다. 와사비도 크기부터 어마무시하고 향도 일품.


무시아와비

위에는 게우소스를 올렸는데 이것도 사실 요리자체는 국내 스시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거라 식상했지만 재료빨이 달라 맛은 비교불가. 나중에 손질 전 사진을 태블릿으로 보여줬는데 어른 손바닥보다 큰 전복이었음. 그리고 접시도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오카미상이 실제 금박을 입힌 100년 된 접시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다음요리의 그릇도 심상치 않다.


뚜껑을 열면 벚꽃잎으로 감싼 사쿠라 모찌와 도미찜 요리인데 다시 맛부터 명불허전이다. 일단 재료부터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고 벚꽃향이 은은하게 나는 떡의 풍미와 도미의 맛이 한 개 더 먹고 싶을 정도로 환상적. 이날 나온 도미의 해체 전 사진도 봤는데 대략 미터급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이쯤에서 사케로 갈아탄다. 사케는 쥐뿔도 모르므로 당연히 추천받음.


잔이 특이하게 나무잔이다.

얘도 모양은 심플하지만 장인이 수제작한 비싼 잔일것 같은 느낌이다.


아스파라거스 튀김

아스파라거스도 참 장르 안 가리고 자주 나온다 양식, 일식., 덴뿌라등등 근데 이거 한 점으로 튀김 공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점심에도 덴뿌라 전문점인 텐코혼텐에서 아스파라거스 튀김을 먹었었는데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미야자키산 와규 구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다. 지방이 많지 않은 부위라 살살 녹는 식감은 없지만 대신 씹을때마다 흘러나오는 진한 육즙이 일품이다. 칼집을 내서 질기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씹는맛이 있도록 한게 비법 중 하나인듯.


키조개 관자

사이즈부터 남다르다. 역시 3스타라 재료빨들이 장난 아니다.


확대샷

관자요리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역시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좋은 재료로 잘 조리한 걸 먹어보고 결론 내야한다.


킨메다이(금눈돔) 스이모노

내가 좋아하는 키노메가 자주 보이니 반갑다. 앞서 나온 다시들에 비해 깔끔하고 가볍게 하지만 맛은 풍부한 다시였다. 안에 들어간 재료들도 죽순, 미역, 킨메다이 뭐 하나 대강 넘어갈만한 맛의 재료들은 없었고.


마지막 요리는 노도구로(눈볼대) 구이

기름지고 고소하기로는 흰살생선중에 거의 원탑인 노도구로, 내가 대충 후라이팬에 구워도 맛없을 수 없는 노도구로를 전문요리사가 겉바안촉으로 구웠으니 양이 적은거 말고는 대만족이다. 곁들여 나온 무도 보리된장에 찍어먹으니 시원한 맛이 입가심으로 제격.


식사는 죽순 솥밥

죽순도 매우 좋아하지만 솔직히 동물성 재료가 아닌게 쪼끔 섭섭하기는 했다.


이것만으로도 밥한공기는 뚝딱 가능할 것 같은 쯔께모노


밥 한공기를 먼저 퍼주고 요청하면 그때그때 솥에서 퍼주는데 솔직히 내가 먹어본 솥밥중에 제일 맛있었다. 정확히는 밥맛만 놓고 보면 제일 맛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전체적인 맛은 청담동 갓포산의 트러플 한우 솥밥이 당연히 최고인데 그건 재료빨이 개 사기인거고 순수 밥맛으로만 놓고 보면 태어나서 먹어본 밥 중에 여기서 먹은 솥밥이 최고로 맛있었다. 죽순향이 은은하게 밴 쌀알이 꼬들꼬들하게 씹히면서도 쫀득한 식감의 밥과 아삭하게 씹히는 죽순의 조화.......아까 솥밥재료를 보고 살짝 실망했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맛이었다.

두공기 쯤 먹고나니 배가 불러서 남은건 일회용 도시락에 포장해서 받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전자렌지 돌려 먹어도 존맛이었다.

디저트는 딸기모찌


식사 중반까지는 외국인은 나 혼자이다 갑자기 홍콩인으로 추정되는 4인 가족이 들어와 뒤편의 테이블에 앉았는데  오카미 상도, 나카이상도 아주 기초적인 영어 외에는 소통이 어려워 보였다. 답답해서 내가 통역이라도 해주고 싶을정도 였으나 평소 오지랖극혐인 내 성향상 그냥 가만 있었음. 영어로 소통은 쪼까 어려워 보이니 참고바람. 아.....근데 그 손님들 오고나니 영어로 된 메뉴를 나눠주는데 나한테도 영어 메뉴라도 괜찮으시면 드릴까요? 라고 물어봐서 덕분에  하나 받아왔다. 일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데 오카미상은 아마 반대로 생각한듯....혼자가서 나오는족족 먹다보니 식간에 뜨는 시간이 좀 많았는데 오카미상이 미쉐린 가이드를 가져와서 보여주기도 하고 가게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제작한 장인의 소개자료나 자료들 해체 전 사진을 보여주기도 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갈때도 엽서, 감사편지, 오너쉐프의 아버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책갈피와 명함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감동.

처음에는 과묵한 오너쉐프 덕에 살짝 오해도 있었으나 훌륭한 요리들과 오카미상, 나카이상의 훌륭한 접객 덕에 기억에 오래 남을 식사가 되었다. 다음에 히로시마에 갈일이 있으면 한 번정도는 더 가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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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를 뒤로하고 사카이데역에서 오카야마로 가는 쾌속 마린라이너를 타고 오카야마로 돌아간다. 이 열차는 전에도 다카마츠 갈때 많이 탔었는데 오카야마 출발열차 기준 맨 앞량만 2층으로된 지정석열차고 나머지는 평범한 자유석 JR쾌속열차다. 1,2층이 좌석은 별차이 없는데 1층은 일반 특급 지정석 2층은 특실로 운영되서 내 돈주고 타는거면 굳이 비싼 2층 탈 필요가 없다. 다만 열차 맨 앞에 있는 파노라마 전망석은 오카야마에서 다카마츠 갈때는 세토내해의 절경을  볼 수 있서 한번쯤 타볼만 함. 반대로 다카마츠에서 오카야마 갈때는 맨 뒷자리가 되므로 탈필요없고.

2층이라 천장도 낮고 둥근형상덕에 위로갈수록 좁아짐


오카야마역에서 신칸센으로 환승하고 히로시마로 간다. 특실서비스로 나온 물수건과 차내판매 브로셔


히로시마역에 도착해서 북쪽 신칸센 출구로 나와 JR에서 운영하는 메이플 루프버스를 탔다. 이지역에서 유효한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탑승이 무료인데 진작에 알았으면 돈주고 트램타고 다니지 않았을텐데....사실 날씨 좋은날은 슬슬 걸어가도 별 무리 없는 거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히로시마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콕 집어 설명은 못하겠지만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은 없지만 시골같지도 않아서 인듯.


메이플루프 버스 3개 노선 중 첫 정류장이 시내인 노선을 타고 히로시마 최대번화가인 에비스초에 내리면 미츠코시 백화점 뒤편골목에 미쉐린 1스타 덴뿌라집인 텐코혼텐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마른멸치 상추샐러드

지금까지 이름만 샐러드고 주재료는 고기나 해물인거 말고 진짜 야채가 주가되는 샐러드 먹고 맛있다고 느낀건 이곳의 멸치 상추 샐러드밖에 없는듯

 

낮이기도 하고 덴뿌라는 역시 맥주나 하이볼이 제격인듯. 생맥주를 취급안하는게 아쉽긴하다.


오늘의 재료들이 손질되어 있다. 텐코혼텐은 부제 영업이 아니라 개별 손님 먹는 스피드에 맞춰 내주기 때문에 삿포로의 아라키보다는 손님위주의 가게라고 볼 수 있다. 튀김은 사장님과 아드님 두분이 하고 뒷주방과 서빙은 사모님이 하는 작은 가족가게임.


샐러드를 다 먹자 본격적인 덴뿌라 셋팅이 된다.

소금과 카레가루, 레몬소금, 덴쯔유. 왼쪽 상단의 작은 그릇은 꼬치나 새우꼬리같은 안먹는 것들 버리는 짬통역할이다.


첫점은 역시나 새우다리

키아~~~바로 이 맛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새우의 고소함과 기름의 단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마디를 하나하나 손으로 부러트려 질기지 않지만 탱글한 새우살을 느낄수 있는 새우튀김도 역시 맛있다.

 

두번째 새우도 존맛


채즙이 살아 있는 아스파라거스도 아삭하니 맛있고


텐코혼텐에서는 처음 먹어보는 은어도 나왔다

가슴, 배 지느러미에 튀김반죽을 넉넉히 발라서 이렇게 각잡고 설 수있게 튀기는게 포인트

 

표고버섯에 가리비관자를 넣고 그위에 다진 새우살을 넣고 튀겨냈다. 

2스타인 삿포로 아라키보다 두배는 맛있음


당연히 기스(보리멸)인 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듣는 토라하제라는 생선이란다. 맛은 기스와 비슷하지만 약간 더 고급스러웠다.

토라하제면 설마....토라는 호랑이고, 하제는 망둥어니 호랑이 망둥어? 범망둥이? 뭐지 싶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표준명은 토라기스고 토라하제는 시코쿠의 에히메현 사투리라고 한다. 껍질에 호랑이 같은 무늬가 있고 모양은 기스랑 닮아 토라기스고 에히메현에서는 망둥이랑 닮았다해서 토라하제라고 부른다고. 


도야마산 시로에비 덴뿌라

작지만 머리까지 통으로 튀겨냈기에 새우의 풍미는 앞서 먹은 보리새우에 지지않는다.


양파다. 매운맛은 다 날아가서 아삭하고 달다. 이거 전에 두릅이 나왔는데 사진을 안찍었네....


인겐마메(껍질콩)도 딱 알맞게 튀겨내서 재료맛을 온전히 느낄수 있는 템퍼였고


응? 이건 뭔가 했는데 도미란다. 도미 덴뿌라는 전에 먹어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인 것 같기도 하고....


가지

튀겼을때 제일 맛있는 가지다. 가지는 무조건 굽거나 튀겨야함.


소라마메

내가 유일하게 덴뿌라 재료들 중 그리 즐기지 않는 건데 씹을 수록 배어나오는 청국장 혹은 낫또 같은 향이 튀김과는 잘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아나고

스시야도 덴뿌라야도 아나고는 추가주문 안할거면 그만 먹고 일어나라는 암시....

어쨌든 카레가루 찍어먹으면 부들부들한 살맛이 아주 좋다.


추가주문한 오징어


추가주문2 시라우오(뱅어)

시라우오는 뱃속에 알이 가득찬 봄이 제철이라고 한다. 

 

식사로 나온 튀김 비빔밥(?) 이외에도 텐동이나 텐차도 주문가능하다.

잘게 자른 튀김을 와사비와 밥에 잘 섞어 먹으면 개 꿀맛임.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 크림인데 진짜 마지막은 사진은 안 찍었지만 전통 예법대로 말아져 나오는 말차다.

서비스, 맛, 가게 무엇 하나 빠지는게 아니 최상급이고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가게다 미쉐린가이드 2018년판에서 1스타로 강등된게 이해가 안될정도로 괜찮은 덴뿌라집이다. 게다가 가격도 런치가 고작 4200엔이니 도쿄의 거의 절반 수준. 누구 말마따나 가격이 1스타 급이라 1스타를 줬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되는 내가 제일 아끼고 좋아하는 덴뿌라집이다. 히로시마에 온다면 무조건 들러야 할 맛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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