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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일정을 비워놔서 느지막히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식사를 예약한 Levo를 가기위해 도야마 역에서 열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려 사사즈역에 도착했다. 도야마역에서 조금 벗어나자 열차 밖으로 평온한 시골풍경이 쭉 펼쳐져서 그냥 멍하니 바라만 봐도 힐링이 저절로 되는 느낌이었음. 시골답게 2량짜리 작은 열차였는데 무인역이 많아서인지 운전수가 차장겸 역무원 역할도 해서 하차할때 검표도 하더라.

그나마 최근에 신축한것으로 보이는 사사즈역


도보로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River Retreat Garaku 호텔에 도착했다. 규모는 작지만 꽤나 고급호텔인듯 호텔 앞 정원조경부터 남다르고 내부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Retreat라는 이름답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인테리어라 휴양으로는 딱일것 같다. 가격이 존나 비싸겠지만. 숙박객은 역까지 송영서비스가 있나본데 꽤나 친절했던 식당 지배인이 별 이야기 없었던 것 보면 식당만 이용할 경우는 이용 불가한 듯.


호텔 지하로 내려오면 갑자기 분위기에 안맞는 복도가 보이는데 여기가 Levo의 입구다. 메뉴판도 나와 있어서 볼 수 있음

개점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왼쪽에 보이는 벤치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시간 맞춰 지배인이 나와서 안내해줬다.


어두운 입구에 비해 내부는 엄청 밝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특히 파리도 미끄러질듯한 바닥 광빨 좀 보소


내부가 이렇게 밝았던 이유는 한쪽은 밖과 연결되어 자연채광이 들어오기 때문인데 창밖으로 강물이 시원하게 흘러서 경치가 꽤 좋다. 비탈에 있는 반지하방 같이 한쪽은 1층이 출입구지만 반대쪽은 지하가 출입구인 구조.


돈도 없고 몸도 지쳐서 음료는 그냥 탄산수로 주문


오늘의 메뉴

재료는 대부분 도야마산을 쓴다고 한다. 집기류들도 마찬가지고.


아뮤즈부터 상당히 엣지있게 나온다. 뒤에 나올 음식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줌


요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랍식 연장통

오른쪽부터 쓰면 되는데 특이하게 젓가락도 있다. 젓가락은 선물이라 식사가 끝나면 아래에 있는 알콜티슈로 닦은다음 집에 가져오면 됨

이것만 봐도 전에 갔었던 프렌치 레스토랑들 보다 무게중심이 일식 퓨전쪽에 더 기울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시오끼와 젓가락


산야초 샐러드와 빵

산채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소스는 최소한만 곁들여 나왔는데 탁월한 선택인듯. 지배인이 중년의 여자분이었는데 서빙이 상당히 기품있고 친절해서 식사내내 접객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경력이 꽤 되시는 듯. 그리고 요리가 나올때마다 재료나 조리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데 이 산야초 샐러드는 산에서 직접 채취한 봄 제철 채소로 만들었다고 하면서 하나하나 재료를 이야기 해주셨음. 근데 듣다 보니 재료중에 양배추가 나오길래 양배추도 산에서 난 자연산이냐고 드립쳤다가 갑분싸 됨.

빵도 맛은 괜찮았으나 이 전에 갔었던 홋카이도의 프렌치 레스토랑의 빵들이 워낙 극강이라 상대적으로 임팩트는 좀 약했다.


버터도 괜찮은 편


또 나오신 이분

뻥 좀 보태 업종불문 가는데 마다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맛있긴 함


초란 스프

병아리가 처음 낳은 달걀로 만든 스프라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즐기지 않는 향과 질감이라 그저그랬다. 초란이 딱히 뭐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핑거보울이 나오고


영계다리 구이가 나왔다. 혹시 아까 먹은 초란을 낳은 병아리인가?

발까지 남겨놓은건 극혐이긴 했는데 맛은 정말 좋았다. 굽기도 잘 구웠고 생각지도 못하게 안에 삼계탕 마냥 찹쌀이 들어가 있어서 쫀득쫀득한 맛이 배가되었음. 한입거리라 양이 너무 작은 게 유일한 단점.

 

다음은 생선요리

위에 덮힌 풀떼기들을 치우고 나면


비늘을 살려 기가 막히게 팬에 구운 옥돔이 나온다. 바삭바삭한 비늘과 대비되는 옥돔의 부드러운 살코기 그리고 껍질 쪽 지방의 조화가 아주 좋다.


이번엔 바게트가 나왔는데 바게트도 질감과 풍미 모두 괜찮았음


메인은 돼지고기 구이

가니시도 고기와 잘 어울리고 살코기 부위임에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며 진한 육즙이 퍼져나오는 고기맛도 괜찮았다.

 

디저트


마지막은 커피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입구까지 지배인님이 배웅해주며 식사손님은 호텔 온천을 무료이용 가능하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온천 입구앞에 있던 휴게실

격조있지만 편안한 분위기


옆에 있던 흡연실


온천입구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어 내부도 살짝 찍어보았다.


탕입구

수건도 구비되어 있으므로 몸만 가면 된다.


크진 않지만 상당히 잘 꾸며놓은 노천탕과 실내탕

실내탕도 좋지만 강변의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기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도야마산 식재료로 잘 풀어낸 괜찮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고 요리 수준이나 접객 가게 인테리어등 충분히 1스타를 받을만한 수준의 가게라는 느낌은 받았으나 개인적으로는 홋카이도에서 갔었던 양식당들의 만족도가 워낙 높았기에 상대적으로 인상 깊은 무언가는 없었던 것 같다. 굳이 다시 오고 싶은 정도는 아닌 정도. 그리고 여기도 미쉐린가이드와 가격 차이가 꽤 크다.

현재기준 세금, 봉사료 별도 런치가 10000엔 디너가 12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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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마루야마 공원근처에는 맛집들이 많이 모여있는데 그중 미슐랭 3스타임에도 제일 싼 메뉴기준 런치 5000엔 이하인

믿을수 없는 가게가 있어 여긴 무조건 가야한다 싶어 방문한곳이 여기 몰리에르다.

런치는 봉사료가 따로 붙긴하지만 런치가 4,600엔~12,400엔이고 디너는 9,900엔~16,000엔인데 1스타급 가격에 3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해 볼 수 있다면 무조건 가야하는것 아니겠는가? 빕구르망 중에도 여기보다 비싼 가게가 수두룩 한데!!!

하지만 어쨌든 절대가격으로 한끼에 만엔이상이 싼건 아니므로 가성비충답게 돈 아껴보고자 점심으로 방문해서 제일 상위코스인

테루아르로 주문했다. 참고로 테루아르는 예약할때 미리 말하지 않으면 현장주문은 불가함


가게 홈페이지 - https://sapporo-moliere.com


숙소에서 늑장피우다 대중교통으로는 제시간에 못갈듯하여 택시타고 갔는데 갑자기 눈도 쏟아지고 5분정도 늦게 도착해 외관은 찍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듣던대로 가게는 아담하고 오픈시간 맞춰가서 도착했을때는 한팀밖에 없었지만 곧 만석됨

고급 식당답게 스태프도 친절하고 홀에 상주하는 인력만 해도 뻥좀보태 손님만큼 있는것 같아서 접객은 최고수준이었음

  

기본세팅

혼밥이라고 외로울까봐 테이블 건너편엔 닭모양 도기를 놔주는 센스.

잘은 모르지만 접시나 집기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코스는 예약할때 이미 떼루아르로 통보해서 음료메뉴만 고르면 되었는데 와인은 뭐 봐도 모르겠고

어차피 혼자와서 한병을 다 깔것도 아니니 페어링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보니 4잔, 5잔, 6잔이 있는데 낮이니 5잔정도가 적당하겠다 싶어

5잔으로 주문했다. 소믈리에분이 프랑스 와인으로 할지 홋카이도 와인으로 할지 알려달라길래 다른데선 먹기힘든 홋카이도 와인으로 결정

근데 이 추운동네에 포도나무가 잘 자라기는 하나 싶은 생각이 스치긴한다.


할거 다 하고 잠시 한숨 돌리는데 서버분이 창밖으로 보라고 해서 내다보니 블리자드가 따로없다.

평온한 가게안과 대비되는 바깥을 내다보니 기분이 묘하다.


식전주는 과실주라면서 병을 보여주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푸룬이라고 써 있는거 보니 자두나 매실같은걸로 담근듯

과실주 답게 알콜향 보다는 주스같이 단맛 신맛이 강해 식전주로 괜찮았다.

 

우엉스프

작은 찻잔에 담겨 나오는데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으란다. 그러고보니 어릴때는 그리도 싫던 우엉이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

근데 이 스프는 우엉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맛있을수 밖에 없는 스프일듯 우엉의 기분좋은 향만 남아 특유의 쓴맛은 느끼기 힘들고

따뜻한 수프는 더할 나위없이 향긋한 우유향이 퍼지며 넘어간다.


바게뜨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바게뜨 중 단연 원탑 바게뜨가 이렇게 맛있는 빵인 줄 처음 알았다. 일단 버터없이 한입 뜯어보니 크리미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지는데 바게뜨에서 어떻게 이런맛이 날 수 있는거지??? 게다가 일본내에서도 최고로 치는 유제품을 생산하는 홋카이도 답게

버터도 풍미가 엄청나다. 이런버터도 처음먹어봤네

맘같아선 빵과 버터로 일단 배채우고 싶을 정도로 맛잇았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기에 일단 적당히 먹었다.  


봄야채 튀김


외국인이라 잘 모를것같아서 그랬는지(그랬다면 정확하게 본거네 ㅎㅎ) 그냥 봄야채라고만 하고 채소이름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덴뿌라집 튀김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지만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방침은 동일한 것 같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서 터지는 채즙이

향기롭기 그지없었음.


두번째 와인은 화이트

프랑스 와인도 잘 모르는판에 홋카이도 와이너리를 알 턱이 없으니 그냥 주는대로 먹는다. 요이치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한거라는데

요이치에 닛카 위스키 말고 와이너리도 있는 줄은 처음알았다.


화려한 플레이팅의 샐러드


서버분이 하나하나 재료를 알려주시는데 먹고나서 다 까먹었네?

먹을떄는 고민하지말고 접시 가장자리의 소스들을 전부 섞어 비벼먹으라는데 실제로 비벼보니 맛이 으메이징하다. 재료하나하나의

식감과 맛이 다 살아서 조화되는데 이것 또한 인생최고의 샐러드


세번째 와인은 소믈리에분이 홋카이도가 아닌 프랑스산을 가져오겠다고 하고 가져온 부르고뉴산 화이트 와인


감자위에 청어알이 나오는데 먹지말고 기다리래서 왜 그러나 했더니


쨔잔~~훈제청어 입갤이요~


훈제청어를 아까나온 접시에 덜어준다.


훈제를 직접 한거라는데 그래서인지 훈연향이 공장표 훈제생선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향기롭다.

청어가 잔가시가 많다보니 먹기는 좀 불편하긴 했는데 살의 쫀득함과 짙게 배인 훈연향덕에 맛있게 먹음


다음와인은 역시 모르는 와이너리의 모르는 와인



털게리조또


안에는 털게살과 리조또가 있는데 털게가 사이즈가 작아 리조또도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근데 한입먹어보고 등껍질 닳도록 긁어먹음.


리큐르가 준비되고


셔벗과 연장이 준비되는걸 보니 이제 메인인갑다.


셔벗은 리큐르를 뿌리기 전후를 비교테이스팅 해보라 해서 일단 한두입 먹고 리큐르 뿌리고 나머지를 먹었는데

전 후의 맛과 향이 확 다른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마지막 와인은 보르도산 모르는 와이너리의 모르는 레드와인


근데 아무리 와인 잘 모르는 나지만 얘는 맛이 기똥차더라


그리고 메인이라고 나온 순무구이


는 훼이크고 홋카이도산 와규 스테이크 납신다~~


스테이크는 시즈닝 굽기 고기질 모두 만점 드립니다. 아쉬운건 양밖에 없었다. 와규치고는 제법 씹는맛도 있어서 좋았음

더 대박인건 순무구이...지금까지 이런 무는 없었다 싶은맛 순무자체가 워낙 맛있는 채소기도 한데 구운것도 처음이지만

이걸 어떻게 이렇게 구웠나 싶을정도로 스모키함과 단맛의 조화가 끝내줬다.


감자그라탕

북해도산 감자라 맛있는걸까? 요리를 잘해서 맛있는걸까? 둘다겠지?


디저트 1번타자는 자몽셔벗

위에 와사비가 살짝 올려져 있는데 아이스크림을 싸고 있는 잎도 와사비 잎이라고 한다.


디저트 2번은 몽블랑

계절감으론 좀 뜬금없는 밤맛인데 어쨌든 맛있긴함


에스프레소를 끝으로 마무리 인가 했는데


직접구운 따끈따끈한 파이가 추가로 나온다

원하는 만큼 잘라주겠다는데 맘같아선 1/4정도는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이미 배는 더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아주 조금만 부탁드림


근데 먹고나니 나가서 토하더라도 요거 딱 두배만 달라고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총평하자면 지역재료로 정말 훌륭하게 풀어낸 프렌치였고 삿포로에 간다면 무조건 가봐야 하는 식당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아마 여기가 정통 프렌치를 추구하며 유럽산 재료 위주로 프랑스에서 먹는맛을 재현하는 컨셉이었다면 이 가격은 절대 불가능 했을텐데

지역재료를 활용하여 홋카이도식 프렌치를 재창조 한 덕에 저렴한 가격에 최상의 퀄리티가 가능했던것 같다.

게다가 음식맛만 훌륭한게 아니고 소믈리에나 서버의 접객또한 최고였던게 친절과 방관의 사이의 밸런스가 참 좋았다고나 할까?

과한친절로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러도 오지도 않거나 서빙이 지연되는것도 없이 친절하지만 마음편한 서비스라

봉사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삿포로에 언제 다시 갈진 몰라도 여기는 무조건 재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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