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을만한거 없나 광고로 가득한 블로그 후기들을 뒤지던 중 우연히 예전에 라멘관련해서는 유일하게 믿고보던 블로거님의 포스팅을 발견했다 근데 제목이 무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라멘집이 아닌가!! 다른건 몰라도 라멘가지고 어지간해서 이런 표현을 쓸만한 분이 아니기에 포스팅을 열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한마디가 있었으니
산쿠의 카케라멘의 맛을 완벽히 재현했다!!!
산쿠로 말할것 같으면 맛의 격전지 오사카에서도 최상위권의 라멘집이자 내가 오사카를 방문하면 무조건 들르는 집이고 그렇잖아도 국내에 산쿠같은 라멘은 아예 찾아볼 수 없어 미치도록 그립던 그 맛인데 그걸 흉내도 아니고 완벽히 재현했다니!!! 하루도 기다릴 수 없어 바로 달려갔다.

입구
부평역전 번화가 중심부에 있는데 라멘집이 있는 곳 주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분위기다.

메뉴
입장해 보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바로 키오스크로 주문 후 착석했는데 잠시 후에 만석이 되더니 웨이팅도 생겼다. 굿 타이밍에 들어온 듯.
이 먼곳까지 왔으니 원없이 먹어봐야겠다 싶어 니보시카케+면추가+수비드 차슈+삽겹챠슈 그리고 야끼교자까지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대표메뉴들의 설명이 있는데 니보시 카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카운터
조미료들과 부추김치가 놓여져 있다. 물은 맹물이 아닌 점은 좋지만 티백을 담가 놓는 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안내문

카운터 건너편으로는 수비드 챠슈가 만들어지고 있고 벽쪽에 있는 슬라이서로 아주 얇게 썰어낸다.

먹기 전부터 이 곳이 맘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젓가락이다.
일본에서는 라멘집을 포함한 대중식당 대부분이 일회용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라멘집들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는데가 잘 없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일회용이 좋지 않겠지만 현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품 중 하나라서 너무 반가웠다.

작은 종지에 부추김치도 덜어놓고

교자가 먼저 나왔다.
공장제 군만두로 추정되지만 이렇게 전분날개까지 만들어 한쪽만 구워낸 야끼교자가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다만 3천원이면 모르겠는데 4천원내고 먹기는 살짝 아쉬운 느낌

니보시 카케 + 수비드챠슈 + 삼겹챠슈
수비드차슈와 아지타마고를 제외하면 비주얼은 산쿠의 카케라멘과 거의 흡사하다. 일단 국물 때깔은 거의 완벽히 재현한 듯 하다. 주문할때 사장님께 가능한 진하게 부탁드렸는데 원래는 안되지만 최대한 맞춰주시겠다고 한 것 덕분인 듯.

면도 거의 똑같은데 산쿠 다녀온지가 오래되어서 확신은 못 하겠지만 면 맛은 오히려 여기가 나은 것 같다. 어쨋든 면도 합격점
본격적으로 맛을 보려고 일단 국물부터 한숟갈 맛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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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짤 하나로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라멘집들을 몇군데 다녀보고 난 뒤로는 당최 국내에서 라멘집들 다녀봐도 '어.....뭐 이정도면 그럭저럭 먹을만하네' 이상의 감흥이 있는 가게가 한 곳도 없었다. 접근성 좋아서 큰맘 먹지 않아도 갈만한 곳 아니면 재방문이 그리 땡기지 않는 가게들 뿐이었는데 여기는 무려 인천까지 와야 함에도 국물 한숟갈 먹자마자 '아....여긴 최소 주1회는 와야겠다' 라는 생각이 팍 꽂힌다.
산쿠에서 사사받거나 레시피를 알려준 것도 아닐텐데 이정도 싱크로율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사장님의 그간의 노고가 대단했음이 라멘으로 전해진다. 내가 전에 산쿠 리뷰를 쓰면서 산쿠 싱크 80%라도 나오는 라멘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것도 80%이상으로. 주관적 느낌으로는 거의 9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니 차슈가 산쿠에 비해 덜 부드럽고 국물의 피니시가 산쿠에 비해 미묘하게 약한 것 같긴한데 억지로 찾다보니 느낀거지 막상 먹어보면 그딴거 필요없고 걍 존내 맛있는거다. 국내 라멘집에서 이런 두근두근함을 느껴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먹는 내내 기뻐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면추가
다 먹어 갈때 쯤 면추가 한게 나왔는데 거의 1인분 양이 나온 것 같다. 수비드 챠슈도 2점 제공되었는데 아까 덜 나온건지 그냥 서비스 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국물에 투하해서 맛을 보니 처음 제공된 면과는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약간 설익은 느낌이 강한데 나는 원래 약간 설익은 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처음나온 면과의 식감차이도 즐길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는 처음에 국물과 제공된 면의 상태가 딱 밸런스가 좋기는 하다. 면추가를 한다면 투입 후 바로 먹기보다는 약간 시간을 두고 살짝 불린 후에 먹는게 더 맛있을 것 같다.
처음으로 국내라멘집에서 라멘 맛에 (긍정적인 의미의)충격을 받았다. 일본라멘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경험해봐야 할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