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양이 줄어서 전처럼 많이 먹지 못하다보니 웬만한 스시야 저녁코스는 막판되면 포만감에 만족도가 급 하락한다. 그리고 엔트리 스시야들만 주구장창 다니다보니 맛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씩 있었고
그래서 어차피 많이 먹지도 못할거 엔트리급 디너가격정도 되는 미들급 이상 스시야의 런치나 가자 싶어서 고르고 고르다 다녀온 곳이 여기다.
지하에 있는 스시야는 오랜만 인 듯
메뉴판이 위쪽에 커다란 집게로 고정되어 있다보니 뒤쪽페이지를 보기가 불편하다. 책자형태가 어려우면 집는 면적이라도 좀 작은 클립을 쓰면 더 좋을 것 같다.
물수건이 제공되고
이타마에 두분이 ㄱ자 카운터의 반반씩 맡아 담당하는데 내 쪽을 담당하신분이 서브인 듯 했다. 접객 친절하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차나 절임류가 부족해 보이면 바로바로 채워주는 서비스도 좋았다.
간만에 질좋은 가쓰오 향기를 맡은덕에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터였다.
기린생맥주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낮이지만 한잔 주문
폭신한 튀김옷안에 씹을것도 없이 살살녹는 아나고가 아주 맛있었다. 아나고는 역시 덴뿌라가 제일 맛있음.
런치다보니 데부끼가 나오고 바로 스시가 나옴
때깔부터 큰놈을 잡은티가 나고 맛있어 보인다. 먹어보니 네타의 찰진식감과 감칠맛도 좋았지만 샤리가 너무 독특해서 인상적이었다. 어떤 쌀과 초를 쓰기에 이런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강해지고 나중엔 치즈마냥 쿰쿰한 풍미까지 나는게 처음 접해보는 스타일이다.
도미도 재료 좋고 숙성적당하니 맛있었는데 샤리의 풍미가 원체 강하다보니 흰살생선하고는 밸런스가 좀 안맞는 느낌도 난다.
흰살생선과는 언밸런스라고 느껴졌던 샤리가 등푸른생선과 만나니 완전히 찰떡궁합이다. 적당히 수분감 있는 샤리의 고소함과 생선살의 감칠맛, 고소함이 아주 잘 어울림.
런치임에도 뱃살쪽이 제공되고 여기도 마늘 간 것을 야쿠미로 올렸다. 내 경험치가 워낙 미천해서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방어 + 마늘조합은 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가는데마다 이 조합이라 좀 신기하다.
바지락육수를 진하게 우려낸 맛이 아주 좋았다.
훈연한 삼치는 내 취향에 잘 안맞는지 지금까지 다녀본 곳들 중엔 크게 인상적인 곳이 없었는데 여기도 그냥 soso.
역시 등푸른 생선이라 샤리와의 궁합 좋고~
간만에 물맛 안나는 생참치를 먹으니 역시 이맛이지 싶다.
단새우도 씨알굵은걸로 세마리나 올려 나오고.
기름진 뱃살도 역시나 퀄리티가 좋다. 아무래도 저렴한 스시야들 다니다보면 제일 아쉬운 재료가 참치다 보니 더 차이가 확 와 닿았던 듯.
김에 싼 샤리위에 안키모를 갈아 올렸다. 도쿄의 미슐랭 1스타 스시야인 스시유우에서 처음 안키모를 갈아올린 초밥을 접했었는데 그때도 이번에도 내 입맛엔 단맛이 너무 강해서 별로다.
사바 보우즈시를 김에 싸서 손에서 손으로 전달 받았다.
역시 스시의 마지막은 아나고다. 부드럽게 녹고 가시도 잘 발라내서 걸리는 것도 없었다.
계란구이는 카스테라스러운 질감은 아니고 양갱에 가까운 느낌이다.
디저트는 팥소를 자가제조 했다는 모나카가 나왔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모나카인지 기억도 안나네.
런치 5.5, 디너 11이라는 미들급에 간신히 턱걸이 하는 가격대지만 그걸 뛰어넘는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는게 느껴지고 뭣보다 개성넘치는 샤리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먹는 내내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디너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다만 딱 하나 좀 아쉬웠던 건 담당 이타마에에 따라 차별이 있었던 것인데 오너쉐프 담당인 쪽은 앵콜스시를 주문 받을때도 소진된 재료외에는 무엇이든 주문하라고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런치에 안나온 디너용 재료도 원하면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데 반해 우리쪽을 담당하신 이타마에는 그정도 권한(?)은 없는건지 선택권도 없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갈은 안키모 스시 한개 더 해드릴까요? 라고 묻는게 쪼끔 그랬다. 어느가게나 알게모르게 오너나 이타쵸 앞이 더 좋은 대접 받을 가능성이 높은건 사실이지만 너무 티나게 손님을 차별하는 건 지양했으면....
'한국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 김수사 - 좋은 술과 함께라면 더 좋은 스시야 (1) | 2021.02.20 |
---|---|
[합정] 카와카츠 - 대체불가한 로스카츠 (0) | 2021.02.17 |
[망원] 라멘집 아저씨 - 신메뉴 탄탄면 (0) | 2021.02.14 |
[망원] 라멘집 아저씨 - 요즘 곰탕집에 잘 안가는 이유 (0) | 2021.02.11 |
[신사] 김수사 - 언제와도 넉넉하고 푸짐한 곳 (0) | 2021.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