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점심에는 몰리에르 저녁엔 스시 미야카와를 갔으니 그야말로 3스타의 날이었다. 스시 미야카와도 몰리에르와 마찬가지로
3스타라고는 믿기지 않는 저렴한 가격(세금, 봉사료 불포함 16,000엔) 때문에 무조건 가야하는곳으로 찍어 놓은 곳이었다.
3스타가 1스타 가격이면 무조건 가봐야지!!!
그런면에서 홋카이도는 가성비 혜자인곳이 많은것 같다.
홋카이도에선 유일한 미쉐린 3스타 스시야인 미야카와는 사실 작년에도 예약해서 가려고 했었는데 숙소변경때문인지 예약당일 확인 전화를
해보니 예약이 취소되어 있어 당일날 급하게 미슐랭과 타베로그 고득점 스시야 전부 전화 돌렸었다.(덕분에 요이치 증류소 시음장에서
가게찾고 전화 돌리느라 정신 없었지) 간신히 한군데 당일예약에 성공한게 1스타인 스시도코로 아리마였는데 영업시간이 밤늦게까지라
늦은시간에는 예약이 비교적 수월했던듯 하다. 올해는 다행히 별일없이 전날 예약확인까지 마쳤는데 했는데 문제는 당일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호텔에서 2~3시간 누워있다 나왔음에도 스시고 뭐고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았었다.
어쨌든 어렵게 예약하기도 했고 당일 캔슬은 가게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에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15분전쯤 도착했음에도 1부 영업 종료 후
아직 가게안 정리가 안되어 밖에서 좀 기다려 달라고 해서 밖에서 10분쯤 기다렸다. 문제는 이날 하루종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날씨에 몸도
안좋아서 10분도 꽤 힘들었음. 2부 가실분들은 되도록 시간 딱 맞춰가시길 권한다.
가게홈페이지는 이쪽-------http://www.sushi-miyakawa.com
가게앞에는 2대정도 세울수 있는 주차면도 있다. 이치겐도 그렇고 확실히 대도시보다는 주차가 여유 있는듯
테이블 셋팅
1빠로 입장해서 음료메뉴를 고르는데 도저히 술먹을 상태가 아니라 탄산수로 대체. 잔은 역시 우스하리
스타트는 차완무시
3스타 답게 차완무시 위에 참돔 시라꼬와 어란이 토핑이 되어 있는데 둘다 내가 없어서 못먹는 귀한재료들이라 받자마자 퍼먹었는데
상급품 어란의 끝내주는 감칠맛에 크림보다 더 크리미한 시라꼬가 하나되어 입안에서 녹진하게 퍼지는데 첫 요리부터 느낌이 아주 좋았다.
고부지메한 옥돔
그러고 보니 옥돔 회나 스시를 먹어본게 언젠지 기억도 잘 안난다. 일본에선 의외로 간간히 보이는데 한국에선 내가 스시집을 별로 안다녀서
그런건지 본기억에 없네. 와사비를 곁들여서 소금찍어 먹으면 바삭바삭한 껍질과 레어로 익은 껕질아래, 그리고 날것인 속살의 맛을 전부
음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옥돔은 회보다는 고소한 구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이렇게 세가지 맛을 한점에서 다 즐길 수 있었음
스미소에 무친 호타루 이까
호타루 이까도 참 오랜만이다. 참 좋아하는데 먹기는 힘드네 위에는 오렌지가 올라가 있는데 쫀득쫀득한 호타루 이까를 쌉으면 내장이
터져나오며 스미소의 고소함을 더해주는데 오렌지의 시트러스향이 밸런스를 잡아줘서 좌우지간 존내 맛있었음
무시 아와비
찐전복을 내장 크림소스에 담아서 나왔다. 요즘 한국에서도 스시집들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전복맛은 좋았지만 소스의 맛이 예상외로
꽤 달았다. 맛있긴 했지만 단걸 별로 안좋아하는 내 취향에선 약간 벗어난 스타일
수저는 굳이 없어도 될것 같은데 왜 주나 했더니 이리 깊은 뜻이 있었다.
전복을 건져먹고 나면 샤리를 투하해서 소스맛을 즐길수 있음
다음 요리가 준비되고 있다
오너쉐프인 미야카와상은 바쁘게 재료손질, 니기리를 하면서도 손님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하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프로다웠다
혼자와서 묵묵히 받아먹는 나한테도 어느나라에서 왔냐? 일본어 어떻게 공부 했냐? 일본은 어디어디 다녀봤냐 등등 적절히 말도 걸어주고
재료명 중에 한국어로 아는것들은 한국어로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마침 옆자리 앉은 도쿄에서 온 아주머니가 본인이 일본어 교사라면서
내 일본어 공부방법에 대해 흥미를 보여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다른 손님들 하고도 말을 트게되고 해서 식사시간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킨메다이 짚불구이
위에는 야마와사비가 올려져 있다. 순간화력이 좋은 짚불로 껍질쪽만 바삭하게 익혀 껍질아래 지방층은 활성화되고 살은 사시미의 질감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요리였다.
내장과 비빈 털게
위에는 스다치 퓨레가 올려져 있는데 한입거리라 좀 아쉬웠다.
분명 가게 도착 했을때만해도 다 죽어갔었는데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좋은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몸상태가 급 회복되어 사케를 주문했다.
준마이 다이긴조급으로 추천요청해서 받은 모르는 주조장의 모르는 사케.
데부끼가 준비되는걸 보니 이제 스시타임
스미이까
우리나라에선 주로 초여름에 계절별미로 먹는 갑오징어를 봄에 보니 반갑네. 스시 첫점을 먹어보니 일단 샤리가 스르륵 풀어지긴하지만
밥알은 단단하고 초도 센편이었다(=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 그러면서도 네타의 맛은 가림없이 샤리가 네타를 단단히 밑에서 받쳐주는 듯한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스시중에 샤리는 최고였다.
히라메
우리나라 국민 생선인 광어는 동네 횟집같은데는 작은 양식광어를 활어회를 뜨다보니 살맛이 별로라 쌈장발라 질겅질겅 식감으로 먹게 되고
어설픈 스시집이나 손님 뜸 한 곳을 가면 과숙성을 해서 푸석한데 여기는 손질, 숙성 모두 흠잡을데 없이 밸런스가 딱 맞았다. 모르고 먹었으면
돔 종류인줄 알았을 정도로 맛있었음
마구로 즈께
기분 좋은 산미와 함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데 뱃살같이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부스러지면서 녹는 식감과 산미가 아주 좋았음
두번째 주문한 역시 모르는 사케
얘는 준마이긴조급이네? 이런 좋은 음식점에서 먹는 사케는 대부분 맛있는것 같다. 평소엔 사케를 즐기지 않지만 일본요리나 스시먹을땐
사케위주로 달리는데 역시 그나라 전통음식은 그나라 술과 먹는게 제일 잘 어울리는듯.
술병뒤로 오너쉐프인 미야카와 상이 찍혔다. 날씬한 체형이라 푸근한 느낌은 아니지만 인상은 아주 좋으심
사진을 보니 이때부터 정신 못차렸나보다. 내가 정말 맛있는 가게에서 음식먹을때 습관 중 하나가 먹는데 정신팔려
사진찍는것도 까먹고 나오자 마자 집어먹는건데 간만에 미야카와에서 이 습관이 나와 그것도 연속으로 두개나 빼먹었다.
한개도 아니고 연속으로 빼먹는 일은 진짜 드문데.... 마구로 즈께 다음에 눈볼대가 나왔었고 눈볼대 다음 불질한 쥬도로가 나왔는데
정신차려 보니 눈볼대는 이미 사라졌고 쥬도로는 입안에 있더라. 그래서 눈볼대 사진은 아예 없고 쥬도로는 옆자리 손님거 도촬
맛은 당연히 존나 맛있다. 나 따위가 묘사할 수준이 아님.
고하다
우리나라에선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만 먹는 전어를 일본 스시야에선 거의 일년내내 볼 수 있는것 같다.
사요리
지금까지 스시집들 다니면서 학공치가 맛있다고 느낀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냥 별다른 맛 없는 담백한 흰살생선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야카와의 사요리는 달랐다. 손질부터가 하나의 예술이고 맛 또한 지금까지 맛없는 생선으로 여겼던 내 편견을 깨기 충분했다.
새우또한 익힌 새우 스시는 오사카의 마사루 말고는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없을정도로 그닥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경험도 딸리고 내공도 딸려서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맛있네???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홋카이도산 우니
아나고 마끼
맛도 맛이지만 아나고를 이렇게 먹으니 색다르다.
마지막은 교꾸
미쉐린 3스타지만 등급에 비해 워낙 저렴한 가격이라 살짝 걱정도 했었는데 요리와 가게, 접객 모두 훌륭했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식사 시작할 때만해도 앉아있기도 힘들었는데 하나 둘 먹다보니 요리맛에 빠져 두통이 사라지는 마법같은 일도 겪었고.
다 죽어가다 여기 나와서는 팔팔해져서 전날에 이어 야식으로 이틀연짱 에비소바 이치겐 본점을 또 갔었다.
다만 너무 맛있게 먹어서 좀 걱정이었던건 이후로도 줄줄이 예약된 다른스시집들이 여기때문에 맛없게 느껴지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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