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누끼 우동을 표방하는 몇몇 가게들을 가서 후회한 뒤로 국내에서는 우동집을 잘 안 찾아 다녔는데 요즘 들어 탱글탱글한 사누끼 우동의 질감이 너무 그리워 졌다. 그래서 우동은 가격도 부담없으니 내상각오하고 가보자 싶어 인터넷을 뒤지던 중 발견한 곳이 여기 수지우동집 시노야다.
수지구청에서 멀지않고 가게앞에 주차할 곳이 있긴하지만 딱 1대만 댈 수 있고 주변에 교통정체나 주차난도 심하므로 되도록 대중교통이나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편이 좋을 것 같다. 위치는 유흥가 한복판이라 이런 우동집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음.
실내전경
테이블도 충분하고 깔끔하다. 좁고 지저분한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한데 내 머릿속의 우동집 스테레오 타입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의 오래된 우동집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프랜차이즈 분식집 같은 느낌이다.
메뉴판
메뉴판은 좀 어수선한데 그래도 메뉴마다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있는게 좋아 보임.
손님이 끊임없이 오는 우동집이야 계속 면을 삶고 있으니 바로바로 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대기시간이 필요하다. 맛있기만 하면야 대기시간 정도는 감수할 만 하다. 삶는데만 13분이나 걸릴리는 없고 숙성 반죽을 제면하고 삶는 시간 포함인 듯
일단 가게 내부에는 이런 안내문이나 방송이력 등이 많이 붙어 있는데 면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여 불안감은 좀 사라졌다.
주문한 치쿠타마붓카케 우동이 나왔다. 김치와 단무지가 함께 제공된다.
붓카케 우동인데 흥건한 쯔유에 풍덩 담겨져 있는 걸 보니 가게를 둘러보며 조금씩 사라졌던 불안감이 다시 몰려온다. 게다가 살얼음까지....근데 잘 비벼서 한입 먹어보니 면의 탄력이 내가 찾던 바로 그 사누끼 우동의 질감이다. 이빨을 튕겨낼 것 같은 탄력감 하나 만큼은 진짜 사누끼 우동이 맞았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수준이다. 튀김도 튀김 자체는 국물에 담그면 딱 먹기 좋은 수준으로 튀김옷이 부들부들해지게 잘 튀겼는데 치쿠와 어묵의 두께가 얇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붓카케 우동에 살얼음 둥둥 뜬 쯔유가 한가득 나온 건 아쉽지만 면 하나만 놓고 보면 일본의 유명 우동집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만족스러웠다.
냉우동을 먹고나니 온우동도 궁금해져서 덴뿌라 우동을 추가 주문했다.
기본인 카케우동에 새우튀김과 깻잎 튀김이 올라간 건데 새우 튀김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깻잎 튀김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시소튀김을 로컬라이징해서 깻잎으로 바꾼 것 같은데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깻잎의 문제인지 튀김의 문제 인지는 몰라도 깨물면 시소튀김처럼 똑 부러지는게 아니라 깻잎이 튀김옷에서 떨어져나와 별로였다.
가츠오 다시 국물은 시원하고 감칠맛 있게 맛을 잘 냈는데 면은 예상보다 탄력이 떨어졌다. 온우동이니 냉우동보다 탄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 것을 감안해도 차이가 너무 나는 편이다. 아마 여기 온우동은 면을 삶고 찬물로 헹구지 않고 나오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온우동 면을 찬물에 헹구지 않고 그냥 나오는 가게도 있으니 내 취향엔 안 맞지만 여기 스타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면 외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사누끼 우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가게를 찾은 것 만으로도 큰 소득인 것 같다. 앞으로 종종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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